[책마을] 동물과 인간은 다르다?…인간의 착각일지도

입력 2019-02-1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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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안의 인간


[ 유재혁 기자 ] 포유동물인 기니피그 한 마리를 낯선 사육장에 넣자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분비가 1~2시간 만에 80% 늘어났다. 몇 시간이 흐른 뒤에야 호르몬 수치가 스트레스 받기 직전 상태로 떨어졌다. 이번에는 기니피그를 낯선 사육장에 넣은 뒤 좋아하는 암컷을 만나게 했다. 호르몬 수치는 약간 올랐을 뿐이다. 사회적 애정관계를 통해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효과는 다른 수컷이나 암컷들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기니피그는 개체 수가 급증했을 때도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상승했다. 하지만 세력다툼이 전개되고 서열이 정해진 뒤에는 정상화됐다. 이후 그들은 엄청난 개체 수를 거느린 커다란 군집사회를 이뤄냈다. 여기서 기니피그를 인간이란 단어로 바꿔도 무방하다. 동물과 인간의 거리는 매우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 안의 인간》은 동물행동학의 세계적 권위자가 30여 년간 동물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탐구하면서 얻은 최신 지식의 결정판이다. 저자는 동물에 대한 지식이 늘수록 인간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지적했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동물행동학의 정설은 사람에게만 이성이 있고, 동물들은 생각할 수 없으며 그들의 감정을 확인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동물도 거울을 보며 자신을 인식하고, 깊은 사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신을 자각하는 능력이 있다는 게 확인됐다. 감정을 갖는 동물도 많으며 그들이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것만도 아니었다.

사람과 동물은 모두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가장 적합한 행동을 한다. 자신에게 유리하면 타자를 돕지만, 때론 죽이기도 한다. 각자 유전자의 이기주의를 따르는 것이며 이것이 자연의 섭리다.

그나마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법과 윤리라는 장치를 마련해 이기적인 유전자에게 일방적으로 지배당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을 뿐이다. (노르베르트 작서 지음, 장윤경 옮김, 문학사상, 336쪽, 1만5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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