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마두로 체제를 옹호했다는 김어준 방송

입력 2019-02-15 09:00   수정 2019-02-18 13:55

(이상은 국제부 기자) 베네수엘라는 지금 엉망입니다. 사람들은 굶주리고 있고, 인근 국가로 떠나는 사람이 수백만명에 달합니다. 타국으로 가도 일자리를 구하는 게 어려우니 매춘으로 본국에 남은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2일에는 미국이 보낸 구호물품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향한 분노가 쏟아졌습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등에서 수십만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마두로 퇴진 시위를 벌였습니다.

베네수엘라 내 정치 상황이 격화된 것은 올해 초, 마두로 대통령의 2번째 임기가 시작된 1월10일부터입니다. 지난 1월23일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작년 대선이 부정선거라며 대통령 부재시의 상황에 대한 헌법을 근거로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남미 국가들(볼리비아 제외),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곧바로 그를 베네수엘라의 '진짜 대통령'으로 인정했습니다. 마두로 편을 드는 것은 이제 러시아, 터키, 볼리비아 정도입니다. 중국은 초반엔 마두로 쪽에 기울어 있었으나 최근 과이도 쪽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언론을 통해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에 저항하다가 미국의 공작으로 쿠데타를 당한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내 언론이 전부 서방언론을 따라 쓰는 수준이기 때문에 미국 편을 드는 기사만 나오는 것이라는 음모론입니다.

14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등장한 황정은 국제전략센터 사무국장은 “베네수엘라 선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적으로 선출이 된 것이고 그 선거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라는 것이 선거관리위원회를 포함해서 국제참관단(의 검증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선거 과정에 실제로 미국에서도 참관단을 보내서 검증을 했던 거고 이제 최근에는 카터센터라고, 지미 카터 대통령이 세웠던 센터에서 여러 국가의 선거 과정을 검증했는데, 추적 관찰을 했는데 베네수엘라 선거 과정이 가장 이제 으뜸이었다라는 이런 것도 발표한 적이 있거든요.”

진행을 맡고 있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국내 언론들이) 찾아보지도 않고. 그런데 말씀하셨듯이 국내 언론들이 베네수엘라 관련 보도할 때 마두로 독재 정권 이런 식으로 해요, 차베스 독재 정권.”라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김 총수는 지난달 30일에도 “서방의 내정 간섭과 외교 폭력을 두 대통령 사태라느니 유럽이 최후통첩을 했다느니 미국이 군사대응을 경고했다느니 하는 자체가 서방 시각을 우리 언론들이 그냥 받아들인 결과”라며 “남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면화하는 자들은 생각의 노예”라고 비판했지요.

하지만 정말 카터 센터가 그렇게 했을까요? 구글링 한번으로 홈페이지(사진)에 정확한 내용이 나오는군요.



지난 2월4일 센터가 공개한 내용입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2012년에 나는 베네수엘라가 전자 투표 기기를 사용해 선거를 치른 것이 세계적으로 모범적이라고 칭찬했습니다. 그 표현은 니콜라스 마두로에 의해서 베네수엘라의 선거 시스템 전체와 카터 센터가 참관하지 못한 이후 선거를 모두 모두 인정하는 것처럼 잘못 사용(misused by Nicolas Maduro)되고 있습니다. 사실은, 카터 센터와 다른 이들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최근 선거 과정에 개입한 점에 대한 우려를 반복적으로 표시해 왔습니다. 카터센터는 2004년 이후 베네수엘라 선거를 공식적으로 참관한 적이 없습니다.” 카터 센터는 이것을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읽지 못할까봐 번역도 해서 함께 게재했습니다. 어느 쪽이 가짜뉴스일까요?

이 부분에 관한 결론은 명확한 것 같군요. 베네수엘라 선거가 완전히 민주적이었고 미국 카터 센터가 이를 공식 인정했는데 이런 것을 언론이 감추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마두로 정부의 홍보 내용을 들고 와서 모두 속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런 홍보는 독재정권만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독재정권일수록 홍보에 열을 올리죠.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상황에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에 대해서 누가 저의 솔직한 의견을 묻는다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입니다. 과이도는 젊고(35세), 젊은 사람이 국회의장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만, 베네수엘라 내에서도 인지도가 떨어졌던 그가 갑작스레 베네수엘라 헌법을 내세우며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배경에는 아마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력의 지원이 있었을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그는 가택 연금 상태인 야권 지도자 레오폴도 로페즈의 후계자로 꼽힙니다.

미국이 구호물자를 보내고, 마두로가 그걸 받지 않도록 하고, 그것을 비판하며 더 거센 시위가 벌어지게 한 배경에 미국이 개입했을까, 하지 않았을까.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저는 봅니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볼 근거가 아직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마두로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로서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도 미국의 개입만으로 지금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60% 이상이 체중 감소를 겪고 있고, 감소한 체중의 평균값이 11kg가 넘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820만명이 하루 2끼 이하만 먹고 있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매춘을 해서 기저귀 값을 마련할 수 밖에 없는데, 그 사람들이 민주적으로 마두로를 지지했고 지금 현지에선 해외 언론이 철저히 감추고 있는 친(親) 마두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은 말이 될까요? 북한과 같은 고립된 사회에서 오랜 기간 세뇌를 거쳐도 될까 말까 하는 일입니다. 게다가 과이도 의장이 임시 대통령임을 선언했을 때 미국 뿐만 아니라 남미 다른 나라들과 다른 세계 각국이 거의 모두 그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미국의 힘은 너무나 강력하다는 증거일 뿐일까요? 저는 그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남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생각의 노예”라는 김 총수의 발언이 겨냥한 것은, 청취자들에게 기존 언론을 불신하고 내 말을 믿으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와 그가 내세운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대선이 5월이었는지 12월이었는지도 구분하지 못하는(1월30일 방송) 이유를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과이도가 아무 근거도 없이 길거리에서 대통령이라고 주장한 것 뿐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요. 적어도 베네수엘라 헌법이라는 최소한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그가 국회의장의 지위를 점유해야 했었다는 맥락을 삭제한 것이지요.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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