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건부 제재완화 거론…'불가침선언·경협-영변핵폐기' 맞교환하나

입력 2019-02-15 17:24   수정 2019-05-16 00:01

폼페이오 "제재완화 대가로 좋은 결과 얻는 게 목표"

'당근' 제시하며 김정은에 '비핵화 약속 이행' 압박
日언론 "美, 불가침선언 조건으로 영변핵 사찰 요구"
美·北, 다음주 하노이서 '의제·의전' 투트랙 협상



[ 주용석/김채연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제재 완화에 대한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미국)의 전적인 의도”라고 말했다. ‘비핵화 전 제재 완화는 없다’던 기존 입장과 달리 ‘비핵화 전 제재 완화도 고려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美, 조건부 제재완화 카드 꺼내나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발언은 폴란드 방문 중 진행한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왔다. 그는 제재완화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가능성에 대해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데 매우 희망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결정을 하는 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에 대해 “지금은 비핵화를 이행할 시간”이라고 압박했지만 북한이 원하는 제재완화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도 “우리도 ‘믿어라, 그러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고 말해왔다”고 했다. 이는 냉전시대 옛 소련과 군축협상을 벌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즐겨 썼던 문구다. 그는 오는 27~28일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의 목표에 대해선 “가능한 한 멀리 가는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북 정상회담 준비 작업을 위해 이번 주말 미국팀이 다시 아시아에 파견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14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비핵화뿐 아니라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 메커니즘을 창설하는 것에 관해서도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지난달 31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 스탠퍼드대 발언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비건 대표는 당시 ‘동시적·병행적 기조’를 천명하며 사실상 ‘단계적 비핵화’로 선회했다. 그는 “우리는 ‘당신(북한)이 모든 걸 다 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그것은 우리의 정책이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고 했다. 비핵화가 완료될 때까지는 어떠한 제재완화도 없다는 ‘전부 아니면 전무’식 접근법과 선을 그은 것이다.

종전선언 대신 불가침·평화선언 카드도

일본 교도통신은 15일 “북한은 지난해 9월 미국의 상응조치를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와 풍계리 핵실험장, 동창리 미사일 시설 폐기 및 검증을 수용하겠다고 했다”며 “미국은 이런 약속이 이행되면 ‘남북경협에 국한된 제재완화’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은) 실무회담에서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에 합의하는 전제조건으로 핵무기 원료를 제조해온 영변 핵시설에 대한 국제사찰 수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인도적 대북 지원에도 이전보다 적극적이다. 미 국무부는 북한 주민들의 영양 결핍을 지적한 유엔 보고서와 관련, “북한에 인도주의 지원을 하는 구호 단체들을 대상으로 대북제재와 북한 여행금지 면제를 승인하는 데 대한 미국의 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국의 전략 변화를 ‘양날의 칼’로 보고 있다. 한편으론 미국의 ‘운신 폭’을 넓히면서 북한에 ‘더 많은 비핵화 조치’를 압박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영변 핵시설 폐기 외에 플러스알파(+α)를 요구해왔는데, 제재완화는 북한을 움직일 ‘당근’이 될 수 있다. 반면 ‘북한에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조야에선 정상회담 날짜부터 못 박고 실무협상을 벌이면서 “미국이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편 미·북은 다음주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지인 베트남 하노이에서 의제와 의전에 대한 투트랙 협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사’로 알려진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하노이로 향하기 위해 15일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 왔다. 김 부장을 포함한 북측 일행 12명은 이날 오후 6시20분께(현지시간) 평양발(發) 중국국제항공 여객기 편으로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해 16일 낮 하노이로 출발할 예정이다.

김 부장은 지난해 1차 회담에서도 조 헤이긴 당시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정상회담 약 2주 전부터 싱가포르에서 수차례 만나 의전과 경호 등을 협의했다. 이번엔 헤이긴의 후임인 대니얼 월시 백악관 부비서실장이나 다른 전문가가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 장소 및 양측 숙소 등도 확정된다.

비건 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 추가 실무협상도 동시에 하노이에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김채연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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