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의 R까기]"두손 두발 다 들었다"…'양포세무사'까지 등장한 사정

입력 2019-02-17 08:01   수정 2019-02-17 12:47

양도소득세 수임 기피하는 세무사 늘어
복잡해진 세법에 절세방법도 거의 없어




지난 14일 한경닷컴이 주최한 '달라진 부동산정책, 절세전략 다시 짜자'에는 200명의 독자들이 참석했다. 보통 부동산과 관련된 세미나들은 시장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기 마련이지만, 이번 세미나는 철저하게 세무와 세법에 관한 내용만을 다뤘다.

준비된 200석이 일찌감치 마감됐고 당일날도 입장불가 안내를 할 정도였다. 질문도 끝없이 이어졌다. 부산, 광주, 대전 등 지방에서 올라온 독자들도 꽤 있었다. 굳이 힘들게 올라오실 것까지 있으셨냐고 묻자 참석자 A씨는 오히려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집이 3채 정도 있지만, 전세를 끼고 있는데다 가격도 낮아 크게 신경을 안썼다"면서도 "작년말에 이 중 2채가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돼 갑자기 세금고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세무사를 찾아가거나 딱히 고민도 없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석했는 것이다. 실제 참석자들 중에는 '내라는 세금 잘 내면서 별 문제없이 지내왔다'는 분들이 많았다. '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팔면 언제 팔아야 하나', '계속 가져가자면 증여를 해야 하나' 등의 고민이 대부분이었다. 일시적 다주택자들이나 분양권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고민이 비슷하다보니 참석자들끼리는 세무사들이 속시원한 대답을 못해준다는 얘기가 오가기도 했다. 실제 최근 세무업계에서는 양도소득세 수임을 기피하는 세무사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양도소득세 수입을 포기한다고 해서 이런 경우를 '양포세무사'라는 부른다. 이러한 양포세무사가 발생한 이유는 양도소득세 관련 세법이 너무 자주 바뀌어 복잡해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예전에는 '과세표준'에 따른 세율 정도만 알면 파악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집주인이 주택관련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양도차익만 놓고 계산을 해던 때에서 이제는 취득시기나 주택종류 등을 모두 조건에 넣어야 한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이 강화됐고, 분양권과 입주권의 세율적용이 다르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어떻게 갖고 있느냐도 양도세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세무사들이 경우에 따라 '절세방법'을 알려주기도 했지만, 이제는 섣불리 그럴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절세전략을 짜더라도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다. 이날 강의에 나섰던 이승현 진진세무법인 대표도 반복적으로 "오늘의 세금과 내일의 세금이 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비규제지역에 집을 보유하고 있는데, 집값이 좀 오르거나 지역에 호재가 있으면 다행이라고 여기던 때는 예전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될 걸 감안해 일찌감치 매도에 나서는 게 고민을 더는 일이라도 조언했다.

세무사들도 고민이 많다. 예전에는 세법만 이해하면 됐지만, 이제는 부동산과 관련된 각종 대책과 정책들을 모두 숙지해야하기 때문이다. 고령의 세무사라면 더욱 그렇다. 고령의 세무사는 상담을 원하는 고객들도 고령자들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상담내용도 늘상 하던 식으로 진행한다. 그러다보니 달라진 대책들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세무사는 "고연령층의 세무상담을 하는 경우, 보유하고 있는 주택수만 놓고 상담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라면서 "그러다보니 예상과는 다르게 양도세를 내거나 과실이 있다보면 다툼이 여지가 된다"고 말했다. 이제는 주택의 위치, 주택형태, 보유 기간을 비롯해 토지나 상가까지 모든 부동산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 그렇지만 세무사들에게 깊이있는 상담을 위해 개인의 모든 재산을 공개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세무사도 포기하고 기피한다는 '양도소득세'. 직접 세금을 내야하는 일반 다주택자들은 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물론 국세청 고객센터(126번)가 있다. 상담원과 연결되면서 9시 정각에 전화를 하지 않는 이상 20분은 기본적으로 대기해야 한다. 속시원하게 물어볼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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