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의 데스크 시각] 혁신적이지 않은 혁신성장

입력 2019-02-1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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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열 IT과학부장


[ 김홍열 기자 ] 한국에서 7호 유니콘이 탄생했다. 국내 1위 숙박앱 야놀자가 합류했다. 유니콘은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일컫는다. 야놀자의 성취가 대견스러우나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국가의 창업 및 혁신 속도는 유니콘 배출 수로 비교되기도 한다.

미국 조사업체 CB인사이츠가 지난 1월 기준으로 집계한 세계 유니콘 기업은 모두 325개에 이른다. 중국이 92개로 미국(156개)에 이어 2위다. 한국은 야놀자를 보태 7개로 늘어났지만 중국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2017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중국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데 평균 4년, 미국은 7년 정도 걸린다고 분석했다.

'大衆創業 萬衆革新'하는 중국

중국이 유니콘 배출에 성과를 내는 것은 2015년부터 창업·혁신 환경을 조성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대중창업 만중혁신(大衆創業 萬衆革新)’을 기치로 내걸며 주도했다. 국민 모두가 창업하고 혁신하자는 정부 주도형 정책이다. 창업 관련 재정·금융·세제 지원 등을 망라했다. 2018년 업그레이드하면서 세계 일류 인재를 유치하는 출입국 편리화 조치도 내놨다.

민간기업은 호흡을 척척 맞췄다.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앞장섰다. 성공한 스타트업이 번 돈으로 재투자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했다. 지난해 중국 후룬(胡潤)연구원은 텐센트가 29개, 알리바바 15개, 바이두가 5개 자국 스타트업에 투자해 유니콘을 키워냈다고 분석했다. 알리바바의 센스타임(商湯科技) 투자가 좋은 예다. 기업가치가 50억 달러에 달하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다.

한국 정부는 혁신성장 문패를 걸고 유니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까지 AI 유니콘 10개, AI 개발 인력 1만 명을 키우기로 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유니콘 17개 육성을 내세웠다. 하지만 최근의 몇 가지 장면은 이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정도의 사업이나 제품조차 허용되지 않아 규제 샌드박스라는 특별한 제도가 필요했던 것인지 안타깝다”고 뒤늦게 탄식했다. 또 “적극행정은 면책하고, 소극행정은 문책하라”고 부처에 당부했다. 창업과 혁신의 걸림돌인 규제를 혁파하고 공무원 보신주의를 타파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한국의 현실 인식은 '만만디'

기업들은 여전히 답답하다.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니 그제야 부처가 움직이네요. 이럴 거면 담당 공무원들은 뭐하러 있는 건가요.” 문 대통령 주재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기업인의 말이다. AI 스타트업들은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이 모자라 난리다. 외국에서 인력을 데려오고 싶어도 비자 규제로 여의치 않다. 몇 년 전부터 제기한 문제다.

‘적극행정 면책제도’는 법제화한 지 4년이나 됐다.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공무원 복지부동을 질타하며 법제화를 지시했고, 2015년 감사원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혁신정책을 얼마나 추진했는지로 공무원들을 평가해야 한다”는 스타트업계의 주장은 그대로다.

규제에 가로막혀 이미 한국을 떠나버린 미래의 유니콘이 수두룩하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이 그렇고, 원격의료 기기를 개발한 스타트업이 그랬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이 전부는 아니다. 대통령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기업 현장을 따라가지 못하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지 않으면 혁신성장의 길은 멀다.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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