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영어' 재개 무산…사교육 또 부추기나

입력 2019-02-17 17:43   수정 2019-02-18 09:54

'초등 1,2학년엔 선행학습금지 예외' 관련법 국회서 낮잠

2주 앞으로 다가온 새학기
법 통과돼도 수업재개 불가능

공교육 제도 개선 늦어지자
학부모들 사교육 시장 '노크'
학원가도 발빠르게 유치 나서



[ 구은서 기자 ]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A씨는 최근 ‘영어학원 순례’ 중이다. 초등 1·2학년 학교 방과후 영어수업 재개가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올해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을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국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일선 학교는 영어를 제외한 채 1학기 방과후 수업 계획을 확정했다.

A씨는 “작년까지는 유치원에서 놀이중심 방과후 영어수업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영어 교육을 시켰다”며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아이 수준에 맞는 방과후 영어수업이 없다고 하니 학원에라도 보내 ‘감’을 잃지 않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영어학원 찾아나선 학부모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다수 초등학교는 영어수업을 제외한 ‘초등 1·2학년 방과후 수업계획’을 확정했다. 강사 채용, 학부모 수요조사 등 방과후 수업 준비에 1~2개월가량이 소요되지만 아직 법 통과도 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수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사 채용을 위해서는 면접, 범죄경력 조회 등의 절차가 요구된다. “당장 이번주 임시국회가 열려 법이 개정돼도 새 학기부터 영어수업을 재개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일선 학교의 판단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법이 통과돼도 2학기에나 수업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대형 ‘맘카페’마다 ‘방과후 영어, OO로 시작하세요’ 등 광고가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학부모 B씨는 “방과후 영어수업 비용은 한 달에 3만원 수준이지만 사교육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라며 “학부모야말로 되도록 사교육을 줄이고 싶지만 학교에 기댈 수 없으니 자구책을 찾아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파행으로 관련 법 개정안 ‘표류’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을 하려면 ‘선행학습금지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선행학습금지법에서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후학교 과정’을 예외로 규정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야는 이날까지 2월 임시국회 의사 일정도 잡지 못했다.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논란이 시작된 건 지난해 초다. 초등 3학년부터 방과후 영어수업을 허용하는 선행학습금지법이 2018년 3월 시행됨에 따라 “정책 일관성에 따라 유치원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교육부는 결정을 1년 유예했다.

교육부가 방침을 선회한 건 지난해 10월 유 부총리가 취임하면서다. 유 부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유치원,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당초 시행하고 있던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은 그대로 허용했고,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허용을 위한 관련 선행학습금지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후 국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지금까지 표류 중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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