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적게 먹고
적게 일하며
느티나무 가지에 깃을 묻고 잠든 새는
하늘을 차고 오를 때 하얀 새똥을
지상에 남긴다
거대한 구두 발자국이 막 닿기 전
아침 햇살에 잠깐 보석처럼 반짝이며 응결하는
보도블록 위의 작은 눈부신 점 하나
-시집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창비) 中
때때로 겨울이 끝나간다고 생각할 때쯤 뒤늦게 눈이 마구 쏟아지기도 합니다. 도로를 메운 흰 점들을 봅니다. 거기엔 누군가 버린 작은 쓰레기도 있고, 작은 참새가 떨어트리고 날아간 새똥도 있습니다. 하얀 새똥을 눈부신 점으로 발견할 수 있는 눈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또 반짝이는 것들은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요? 발자국을 찍기 전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려 봅니다.
주민현 < 시인 (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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