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에 대해 "집주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19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택시장 안정화보다 부채 구조조정에 방점을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역전세난은 전셋값이 계약 시점인 2년 전 가격보다 내려가면서 만기 때 전세금을 원하는 시기에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을 뜻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역전세 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당분간 정부가 임대인을 위해 주택담보대출 한도확대 등 정책적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약화를 주택시장 안정화보다는 부채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하려는 의지를 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택 및 부동산 가격 하락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담보가치 하락으로 금융사의 대출태도 보수화를 부추겨 신용 경색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다주택자의 경우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한 투자자'로 인식해 역전세 현상으로 인한 문제를 자산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투자자 책임으로 규정했다는 분석이다.
서 연구원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늦어도 2분기 말께에는 서울 전역이 역전세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정부의 전세 시장에 대한 규정은 임대인의 급매물 증가로 당분간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방치하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또한 정부가 올해 초부터 부채 구조조정을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올 1월 담보채무자에 대한 채무 재조정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2월에는 신용채무자에 대한 신용회복 지원제도를 개선해 채무감면률을 29%에서 최대 45%까지 올리고 채무 재조정 실패율을 28.7%에서 25%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집값 하락세가 길어지자 매매보다 전세 선호 수요가 늘며 전세대출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은행계정) 잔액은 54조84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1조900억원 증가했고, 1년 전과 비교하면 15조9300억원(40.9%)이 늘어난 규모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주택관련대출은 지난해 3분기부터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최근 매매 거래량 둔화와 전세 거래량 확대 추세를 고려하면 대부분이 전세자금대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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