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 대표이사(63)가 과천 교회 주차장 접촉사고 의혹과 관련해 "과천 지인 집에 어머니를 모셔다드린 뒤 화장실에 가려고 공터에 갔다가 사고가 났다"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지난 16일 마포경찰서에 출석해 19시간동안 받은 조사에서 2017년 4월 경기 과천의 한 교회 앞 공터에서 차량 접촉사고를 낸 경위에 대해 "접촉사고 당시 동승자는 없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손 대표는 접촉사고 직후 차량을 세우지 않고 공터를 벗어나 2km 가량 차를 몰고 간 이유에 대해 "사고가 난 지 몰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손 대표의 이같은 해명에도 아직까지 석연치 않은 부분은 남아 있다.
◆ '화장실 아니다' 당초 해명 번복
손 대표 폭행 의혹 보도 초기 TV조선은 프리랜서 기자 김씨가 제공한 녹취록의 일부를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한 남성이 "교회 쪽이었다. 그건 뭐 누구나 세우는 데니까. 내가 진짜 왜 거기 잠깐 세우고 있었는지 얘기하고 싶어 죽겠다 솔직히"라고 말하자 김씨는 "화장실 다녀오셨느냐"라고 묻는다.
상대 남성이 "화장실 아니다. 그거보다 더 노멀한 얘기다. (기사를) 안 쓰겠다고 얘기하면 얼마든지 얘기한다. 진짜 부탁을 하는데 어떤 형태로든 이게 나오면 정말 바보가 된다. 어떤 형태로든 안 써줬으면 좋겠다"라는 답했다. 김씨는 이를 손 대표와 주고받은 음성이라고 주장했다.
화장실을 가느라 공터를 찾았다는 경찰 조사 답변과는 상반된 주장이라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 과천 교회 주차장은 어떤 곳
손 대표 접촉사고 보도 후 과천 한 교회 주차장은 유튜버들과 취재진으로 붐볐다.
접촉사고 현장을 직접 다녀온 배승희 변호사는 한경닷컴에 "손 대표가 과천 주차장에 다녀온 사실은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나. 그의 주장대로 주차장에 있다가 빠져나가는 상황이 어땠을까 살펴봤다. 일방통행길이고 주차장 쭉 가면 관악산 입구밖에 없는데 밤에 혼자 있을 이유가 전혀 없는 곳이다"라면서 "장소가 그렇다보니 사람들이 더 의구심을 갖고 이유를 궁금해 하는 것이다. 좀 더 명쾌한 해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제네시스 EQ900 후방카메라와 경보시스템 왜 작동안했나
손 대표는 사고 당시 JTBC 회사 소유인 제네시스 EQ900을 직접 운전했다. 업무용 차량을 주말 심야시간에 이용한 점은 차치하더라도 후방감시카메라와 경보시스템이 장착된 최고급 자동차임에도 불구하고 추돌사실을 운전자인 손 대표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논란의 대상이다.
차량의 결함, 오작동 또는 운전자의 부주의, 거짓 주장 등 여러 화두가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EQ900 차량가격은 연식별로 다르기 때문에 현대차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지만 대략 내수 판매용이 7363만원~1억1584만원(리무진 포함)에 달한다.
자유연대(고발인 김상진 사무총장)외 2개 시민단체는 18일 손 대표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죄 및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죄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자유연대는 "손석희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폭행 등에 대한 형사처벌과 별도로 '세월호 참사 3주기 그날 밤 과천 공터의 진실규명'과 뺑소니 사건의 실체가 파악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프리랜서 기자에게 취업 제안한 이유는
서로를 맞고소한 두 사람간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는 손 대표는 접촉사고를 빌미로 김씨가 채용 청탁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반해 김 씨는 오히려 손 대표가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일자리와 투자 등을 먼저 제안했다고 하는 부분이다.
김씨는 지난달 27일 문자메시지 한 통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손 대표 측이 자신에게 월 수입 1000만원이 보장되는 용역 사업을 주겠다"는 회유성 제안을 했다며 "이는 (JTBC에 대한) 손 대표의 명백한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당시 김씨 측에 수신된 해당 문자에는 손 대표로 추정되는 인물이 월 수입 1000만원을 보장하는 2년짜리 용역 계약을 제안하면서 "월요일 책임자 미팅을 거쳐 오후에 알려주겠다"라고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세부적 논의는 양측 대리인 간에 진행해 다음주 중 마무리하겠다"라는 언급도 있었다.
상식적으로 피해자에게 150만 원 현금을 입금해주며 처리 완료된 접촉사고를 취재한다는 이유로 JTBC 대표이사인 손 대표가 용역 사업을 준다는 등의 제안은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좀 더 확실한 정황 파악이 필요하다.
◆ 간단한 사건인데 변호인단 10명 선임 왜
손 대표의 16일 경찰 출석·조사를 계기로 수사는 본궤도에 올랐다. 김씨는 지난달 10일 손 대표를 폭행혐의 등으로 신고하고 전치 3주 상해진단서, 녹취록, 영상자료 등을 이메일로 제출한 뒤 언론 등에 입장을 계속 밝혀왔다. 경찰은 이날 손 대표로부터 확보한 증거와 신문조서를 바탕으로 두 사람 간에 발생한 의혹의 사실여부를 추적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를 소환 조사한 경찰은 김씨 역시 조만간 소환 조사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앞서 김씨가 손 대표가 출석하기 전에는 나오지 않겠다고 밝혔었다"며 "손 대표를 조사했으니 김씨를 곧 부를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손석희 사건을) 가급적 신속하게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손 대표가 10여명 수준의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린 점을 고려할때 손 대표의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 따로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손 대표와의 대화 내용 등을 꼼꼼히 살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네티즌들은 "녹취록엔 화장실 아니라며? 왜 말을 바꿨나", "뉴스를 봐도 이제 신뢰가 가질 않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기사화 되는걸 무리하게 막으려 했을까. 왜 이지경까지 오게 됐는지 변명치곤 너무 어이없다", "화장실 가려다 사고? 그 정도 일 가지고 변호인 10명 구성하나", "사고 당시 운전자는 동승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없었다면 왜 그렇게 주장했나", "채용제안이 가장 미심쩍다. 아무것도 아니라면 왜 알려지는걸 두려워 했을까"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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