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가 연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 인상 칼날을 빼들었다. 카드사와 중소가맹점 사이의 수수료 인하 불똥이 이번에는 대형가맹점에 튄 모양새다.
앞서 카드수수료를 놓고 중소가맹점과 신경전을 빚었던 카드사가 이번에는 대형가맹점과의 2차전을 예고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삼성·KB국민·현대·비씨·롯데·우리·하나 등 8개 카드사는 대형 가맹점 2만3000여곳에 카드수수료 인상을 제시했다.
현재 대형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1.8~1.9% 수준이지만 카드사들은 2.1~2.3%까지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가맹점별로 협상을 통해 최종 수수료율 인상폭이 결정된다. 대형 가맹점별로 적용받고 있는 수수료율이 다르기 때문에 인상폭도 달라질 전망이다.
대형 가맹점에 대한 카드 수수료 인상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 앞서 카드 노조는 연 매출 500억원 이상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 및 하한선 법제화를 강력히 요구했었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수수료 개편으로 전체 가맹점의 96%(262만개)가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연매출 500억원 이하 가맹점의 카드수수료 부담이 연간 약 8000억원 경감됐다고 발표했다. 바꿔 말하면 카드업계는 연간 8000억원의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연매출액 30억원 이하 우대가맹점에서는 연간 5700억원, 30억원 초과 일반가맹점은 연간 2100억원 상당의 수수료 부담을 줄였다.
주목할 점은 금융당국이 대형가맹점에는 수수료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이날 연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일부 대형가맹점에 대해서는 카드수수료에 반영되는 적격비용률이 인상된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마케팅 혜택 등을 감안 시 낮은 카드수수료를 부담해온 대형가맹점과 관련해 수익자부담 원칙 실현, 카드수수료 역진성 해소 차원의 제도개선에 일부 기인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의 수수료 인상 시 수수료 수익이 최대 50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손실을 어느 정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이번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은 마케팅 비용 현실화 등 적격비용을 토대로 내린 결정"이라며 "이를 통해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분을 만회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드는 대형사의 수수료 인상에 나서면서 갑작스럽게 수수료 인상 통보를 받은 대형가맹점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손실을 대형가맹점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 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카드수수료 인상까지 수용하기에는 너무 부담이 크다"며 "카드수수료 인상 철회 요구와 더불어 협상 기간 동안 인상폭을 최소화하는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들과 수수료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대형 가맹점의 반발이 거세 실제 요구한 수수료율이 적용될지는 불투명하다.
양측 간 수수료 협상이 결렬돼 대형가맹점들이 카드 계약을 해지한다면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불편으로 확산될 여지가 있어 카드사들은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수수료 지급 규모가 커지면 무이자 할부나 포인트 추가 적립 등 공동 마케팅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과거에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 갈등으로 가맹계약이 해지했던 사례와 같은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형가맹점이 카드 계약을 해지하면 소비자 불편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형가맹점과 수수료 협상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은지/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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