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회장 "FI 지분 되사기로 한 '풋옵션 계약' 자체가 원천무효"

입력 2019-02-19 17:21  

교보생명 vs 재무적투자자 '정면충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어피너티 등 FI 상대 소송 채비

교보생명, IPO 차질없이 준비
"풋옵션 명기한 조항은 사기·착오로 인한 불공정계약
풋옵션 행사가격 과도한 산정…안진회계법인에 손배소 검토"

FI, 중재 통해 풋옵션 강행
상장해봤자 투자손실 불가피…풋옵션 철회 땐 배임 소지도
양측 압박수위 높여가겠지만 협상채널은 열어둘 듯



[ 서정환/유창재 기자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사진)이 법적 소송을 검토하며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FI)를 상대로 한 반격에 나섰다. FI들이 대한상사중재원에 손해배상을 위한 중재 신청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시장 여건상 상장이 힘들었을 뿐 아니라 FI의 풋옵션(매도청구권)을 명기한 주주 간 계약(SHA)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 신 회장의 설명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자칫 교보생명이 야심차게 추진한 기업공개(IPO)가 무산되고, 신 회장 측 경영권까지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이어서 양측 간 법적 공방이 뜨겁게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풋옵션 행사 고집한 FI

교보생명의 FI는 코세어(9.79%), 어피너티(9.05%), 캐나다 온타리오 교원연금(7.62%), 수출입은행(5.85%), SC PE(5.33%), IMM PE(5.23%), 베어링PEA(5.23%), 싱가포르투자청(4.5%) 등이다. 이 중 풋옵션을 가진 FI는 어피너티, SC PE, IMM 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 등 총 29.34%의 지분을 갖고 있다. 어피너티컨소시엄 등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을 인수하면서 2015년 9월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파는 풋옵션을 받았다. 최초 투자 때 가격은 주당 24만5000원이었다.

지분 24.01%를 보유한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 신 회장에게 주당 40만9000원에 되사달라며 풋옵션을 행사했다.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풋옵션 행사가격 평가보고서’도 신 회장 측에 건넸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교보생명이 IPO 추진을 공식 발표했지만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며 풋옵션 행사를 고집했다. 그럼에도 신 회장 측이 풋옵션에 응하지 않자 FI는 대한상사중재원에 손해배상을 위한 중재를 신청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FI를 최대한 자극하지 않겠다는 방침에 따라 대응을 자제해 온 신 회장도 결국 법적 대응을 검토하면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신 회장 측은 2011년 어피너티 측이 대우인터내셔널 보유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 신 회장 측이 풋옵션 조항을 넣을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대주주인 신 회장을 비롯한 우호지분이 50% 이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신 회장 측 관계자는 “주주 간 계약 내용이 FI에는 이득만, 신 회장에게는 손해만 있는 ‘불공정성’에 대해 변호사의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계약 자체가 원천무효인 만큼 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FI, “주주 간 계약 이행해야”

FI는 2012년 체결한 주주간 계약에 따라 중재를 통해 풋옵션 이행을 강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계약에 따라 신 회장이 풋옵션에 응하지 않으면서 자동으로 채무불이행 상태가 됐다는 주장이다. FI 관계자는 “이제는 펀드 출자자들에 대한 배임 소지가 있어 명분 없는 풋옵션 철회는 불가능하다”며 “7년 전에 체결했던 주주 간 계약을 그동안 이행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무효라고 주장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FI들이 풋옵션 철회를 고려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생명보험사들의 기업 가치가 하락한 상황에서 IPO를 해봤자 투자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풋옵션 행사가격은 40만9000원이지만 최근 주가순자산비율(PBR)로 공모가를 추산하면 2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대해 신 회장 측 관계자는 “FI가 가장 유리한 시점인 2017년 말을 기준으로 행사가를 정한 것은 엄연히 불법”이라며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 중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중재 결과 행사가격이 하향 조정될 경우 신 회장이 백기사를 동원해 풋옵션 행사 물량을 인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FI 측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IPO는 또 지연될 수 있기 때문에 중재를 거쳐 풋옵션을 행사하는 게 더 확실한 투자회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정 분쟁 속 협상은 지속

교보생명은 FI에 자금회수 기회를 제공하고 자본 확충을 위해 IPO는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주주 구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국거래소가 상장 승인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양측은 법적 절차를 통해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면서도 협상 채널을 유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경영권 불안으로 교보생명 기업가치가 떨어질 경우 FI나 신 회장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신 회장 측 관계자도 “FI의 중재 신청에 대해 법적으로 맞대응하지만 향후에도 협상에는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PO가 물거품이 될 경우 지분을 보유하면서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다른 기관투자가들이나 주주들의 불만도 커질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들도 이번 한 번 딜에 그치는 게 아니라 투자자를 계속 모집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론이 악화되면 득이 될 게 없을 것”이라며 “내심으로는 파국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유창재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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