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통해 정상제품과 불량품 이미지 비교
기존 SW보다 신속·정확 검수
태양광·車 등 다양한 산업 적용
국내 대기업과 中·日기업에 판매
[ 전설리 기자 ]
제조업 생산의 마지막 단계엔 대부분 불량품을 가려내는 공정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직원이 일일이 눈으로 확인했다. 이후 컴퓨터가 카메라로 찍은 정상제품 영상과 대조해 불량품을 찾아내는 ‘머신비전’이 나왔다. 하지만 머신비전에도 한계가 있었다. 불량품을 잡아내지 못하거나 정상제품을 불량품으로 인식하는 일이 많았다.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수아랩은 이런 단순한 검수 작업을 AI 딥러닝 기술로 해결했다. 송기영 수아랩 대표는 “‘수아킷’은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기존 머신비전보다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불량품을 찾아내는 소프트웨어”라며 “독보적인 기술을 인정받아 삼성 LG SK 한화 등 국내 대기업에 수아킷을 판매했다”고 말했다.
“사람은 사람다운, 기계는 기계다운 일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를 졸업한 송 대표는 인텔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2013년 창업했다. 그는 검사 현장의 엔지니어들이 단순 작업에 시달리는 것이 안타까웠다. “사람은 사람다운, 기계는 기계다운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창업했다. AI를 활용해 해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 AI 기술을 갖춘 기업이 거의 없었다. 기술력 확보가 관건이었다. 기술력 확보를 위해선 인재가 필요했다. 그래서 창업 초기부터 지난해 10월까지 4년여간 스타트업 육성 공간인 ‘서울대 연구공원’에 있었다.
그는 “졸업을 앞둔 선후배에게 ‘대기업과 달리 일하는 재미를 느끼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수아랩엔 서울대 출신 엔지니어가 많다”고 했다.
실제로 재미있게 일했다. 인재가 모여 신나게 일하니 성과도 났다. 수아킷은 그 결과물이다. 예컨대 스마트폰 공장에서 기존엔 엔지니어가 제품의 흠집 먼지 찍힘 등 다양한 결함의 이미지를 일일이 수동으로 입력해야 했다. 수아킷은 정상제품과 소수의 불량품 이미지를 입력하면 스스로 학습해 불량품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송 대표는 “기존 머신비전은 신제품이 나오면 신제품과 함께 기존 제품을 일일이 다시 입력해야 했지만 수아킷은 학습 완료된 기존 제품의 데이터를 불러와 추가 학습하기 때문에 생산 현장에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빠르고 정확하게 불량품 찾아내
다양한 생산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수아킷 소프트웨어의 강점이다. 기존 머신비전은 이미지가 불규칙하면 불량품을 잡아낼 수 없었다. 수아킷은 이미지가 복잡해도 딥러닝 알고리즘 학습을 통해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장점을 기반으로 태양광 인쇄회로기판(PCB) 디스플레이 등 전기·전자를 비롯해 자동차 식·음료 철강 의약 분야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했다. 국내 삼성 LG SK 한화뿐만 아니라 화웨이 도요타 니콘 등 중국, 일본 기업에도 수출했다.
수아랩은 ‘국내외 머신비전 분야 선두업체’ ‘AI 분야에서 성공한 몇 안 되는 국내 스타트업’이란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다섯 배 증가했다. 송 대표는 “독일과 일본은 기술력, 한국은 가성비로 승부하는 게 싫었다”며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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