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경북대병원 등 31곳 검찰에 수사 의뢰키로
수사·징계 대상 임직원 288명
부정합격자 檢기소 땐 퇴출
채용비리 피해자는 구제키로
[ 임락근 기자 ]
경기신용보증재단은 2015년 직원을 채용하면서 직원 A씨의 자녀 B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서류전형의 배점을 임의로 조정했다. B씨는 서류전형의 커트라인을 간신히 넘겨 면접까지 보게 됐고, 결국 1등으로 합격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와 합동으로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은 채용비리가 최근 5년간 182건 적발됐다고 20일 발표했다.
공공기관 31곳 채용비리 수사의뢰
조사 대상은 공공기관, 지방공공기관, 기타 공직유관단체 등 총 1205곳이었다. 정부는 2017년 10월 특별점검 이후 실시한 신규채용, 2014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이뤄진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채용비리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이번 조사에서는 서울교통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한전KPS,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정규직 전환 채용비리와 관련해 규모가 큰 5개 기관이 감사원에서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정부는 다음달 말 감사원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적발된 채용비리 182건 가운데 정부는 부당청탁이나 친인척 특혜 등 비리 혐의가 짙은 36건에 대해선 수사당국에 수사를 의뢰하고, 채용 과정상 중대하거나 반복적인 과실이 있었던 146건은 해당 기관에 징계·문책을 요구할 방침이다. 수사유형별로는 신규채용 관련 채용비리가 158건, 정규직 전환 관련은 24건이었다. 이 가운데 16건은 친인척 특혜 채용 의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채용규정이 불명확하거나 규정 미비 등 업무 부주의 사례는 2452건이었다.
수사 의뢰 대상 채용비리가 발생한 곳은 근로복지공단, 경북대병원, 한국교직원공제회 등 31곳이었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2012년 응시자가 자신의 조카임을 알면서도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특혜를 준 사례가 적발됐다. 경북대병원에서는 2014년 의료 관련 자격증이 없어 응시자격이 안 되는 이들을 직원의 자매, 조카, 자녀란 이유로 채용하기도 했다. 징계 요구 대상 기관은 산업은행, 한국조폐공사, 김대중컨벤션센터 등 112곳이다.
부정합격자 퇴출, 피해자는 구제키로
수사의뢰 또는 징계 대상인 현직 임직원은 총 288명에 달한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임원 7명 중 수사의뢰 대상인 3명은 즉시 직무가 정지되고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해임된다. 문책 대상 4명은 기관 사규에 따라 조치가 이뤄진다. 직원 281명은 즉시 업무에서 배제되고 검찰에 기소되면 관련 절차에 따라 퇴출된다.
부정합격자(잠정 13명) 역시 수사 결과 검찰에 기소될 경우 퇴출된다. 본인이 기소되지 않더라도 본인의 채용에 연루된 사람이 기소되면 즉시 업무에서 배제되고 감독기관 재조사 등을 거쳐 퇴출된다. 부정합격자 규모는 기관별 징계 절차에서 재조사가 이뤄지면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채용비리 피해자(잠정 55명)를 구제하기로 했다.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경우 채용비리가 발생한 다음 채용 단계에 재응시할 기회를 줄 방침이다. 필기 단계에서 피해를 봤다면 면접 응시 기회를 주고 최종 면접 단계에서 피해를 봤다면 즉시 채용한다. 피해자 특정이 어렵더라도 피해자 그룹을 대상으로 부정행위 발생 단계부터 제한경쟁채용을 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로 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일회성 적발과 조사에 그치지 않도록 매년 공공기관 채용실태 전수조사를 정례화하고 채용비리 취약기관은 감독기관과 특별종합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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