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훈 기자 ] 푸른 나뭇잎 하나가 있다. 그런데 잎의 색과 표면이 독특한 느낌이다. 물과 양분이 지나가는 잎맥의 미세한 형태와 잎 표면에 난 작은 상처들까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이 사진은 사진가 이지선 씨의 작품으로,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암실에서 인화지 앞에 피사체를 놓고 빛을 쬐어 피사체의 모습을 맺히게 하는 ‘포토그램’ 기법을 사용했다.
꽃잎이나 나뭇잎 등 빛을 어느 정도 투과할 수 있는 얇은 물체를 대상으로 포토그램을 사용하면 이렇게 피사체의 외형뿐 아니라 내부의 모습도 담아낼 수 있다. 포토그램은 카메라를 사용해 작품을 얻는 과정과는 많이 다르다. 기계 장치의 개입 없이 손으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뜻밖의 색조와 질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래서 작가는 암실에 들어갈 때마다 마음이 떨린다고 한다. 디지털의 정확성보다 아날로그의 의외성이 때론 우리를 더 즐겁게 한다. (DCU갤러리 26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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