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은 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역대 정권마다 왕조시대 왕이 은전(恩典)을 베풀 듯, 사면권을 남발해 법치를 훼손한다는 비판도 거셌다. 역대 특사 횟수는 김영삼 정부 9회를 비롯해 이명박 7회, 김대중·노무현 각 6회, 박근혜 3회 등이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 문재인 대통령은 ‘5대 중대범죄’ 등의 사면권 제한을 공약했고, 2017년 말 민생사범 위주로 6444명을 사면한 게 유일하다.
그랬던 정부가 ‘3·1절 100주년’이란 상징성과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대규모 사면을 추진하는 데 대해 찬반이 갈리고 있다. 폭력시위나 반국가 범법자와 친(親)여권 정치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려 야권에선 ‘코드사면’이란 비판도 나온다. 명분처럼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사면이 되려면 대상자 선정에 더 신중을 기하되, 편향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유감스러운 것은 이번에도 기업인 사면이 거론조차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의 1차 사면 때도 기업인은 전무했다. 청와대는 “5대 범죄 불가 공약이 유효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배임죄 기업인 사면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걸면 걸린다’는 게 배임죄이고, 기업인의 경영판단까지 배임죄로 처벌하는 나라가 한국뿐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공약이어서 안 된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인사기준으로 내건 ‘7대 불가론’을 못 지킨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국민통합을 내세우면서 특사 대상에 기업인만 제외할 이유는 없다. 가뜩이나 움츠러든 기업인들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게 해선 안 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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