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를 불과 엿새 앞둔 21일,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출마 후보자들이 부산 벡스코에 총집결했다. PK(부산 울산 경남) 및 제주권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합동연설회 때문이다.
후보들의 합동연설회는 대전, 대구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두 차례 연설회에서 가장 문제로 지적된 것은 ‘태극기 부대’로 지칭되는 강경 우파세력들의 집단 시위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김진태 후보의 지지자들이다.
김 후보 측 지지자들은 지난 두 차례 연설 때 타 후보들의 발언에 야유와 고성을 보내거나 고의적으로 “김진태”를 연호하는 방식으로 행사 진행을 방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급기야 지난 대구 연설회 때는 김 후보의 5·18 망언 관련 당 윤리위에 징계여부 심사를 회부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자 야유를 퍼부으면서 연설이 1분여 간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행사장 입구를 장악하다시피 한 태극기부대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 후보 지지자들이 많이 몰리긴 했지만 조용히 홍보 유인물이나 명함을 나눠주며 지지를 호소하는 ‘얌전한 선거운동’을 했다. 김 후보 측 지지자들이 가장 많이 몰려든 모습은 여전했지만, 다른 당 대표 최고위원 후보 지지자들이 비교적 고루 출입을 했다. 특히 두 차례 연설회 과정에서 당권주자 3인방 중 현장 지지자수가 가장 적었던 오세훈 후보 측 지지자들도 상당수 자리를 채운 모습을 보였다.
물론 ‘5·18은 폭동이다’ 와 같은 용납하기 힘든 슬로건을 피켓으로 들어올린 사람들도 있었지만 극소수 한 두명에 불과했고, 대체로는 이전 합동연설회 때보다 상당히 차분해졌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평가다.
김 위원장이 행사 시작 후 모두발언을 하며 인사를 했을 때도 더이상 야유나 고성이 터져나오지 않았고 박수가 나왔다. 한 두사람의 큰 목소리가 나왔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제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김 위원장은 “야유가 나오더라도 여러분의 박수소리로 뒤덮어달라”고 말하는 등 한층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김 후보 지지자들의 변화된 모습이 김 후보 본인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쏟아지는 비판여론에 김 후보의 지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도 “이제부터 (제 지지자들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게 될 것” 이라고 말한 바 있다.
벡스코 행사장은 무대와 주요당직자·기자석 등이 청중석과 분리될 수 있도록 철제 펜스로 공간이 구분됐다. 일반 당원 지지자들은 무대 뒤쪽 출입구로만 드나들 수 있도록 보안요원들이 철저히 입구를 통제했다. 출입기자인 저도 수 차례 취재 출입증을 제시해야 했을 정도였다. 축제의 전당이 되어야 할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는 태극기부대 논란으로 불가피하게 삼엄한 경비를 펼쳐야 할 정도로 긴장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두 차례의 합동연설회 과정에서 보인 무질서함을 왜 제대로 통제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며 “뒤늦게나마 질서를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한국당은 22일 경기 성남 실내체육관에서 당권주자들의 마지막 합동연설회를 개최한 후 23일 당원들의 모바일 투표, 24일 전국 투표소 현장 투표, 25~26일 여론조사를 거쳐 합산한 결과를 27일 경기 일산 킨텍스 전당대회장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부산=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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