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욕설 없이 '조용한 응원전'
[ 박종필 기자 ] 자유한국당이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부산·울산·경남(PK) 및 제주권 당원들을 대상으로 주최한 당권 주자 합동연설회는 이전보다 차분하게 치러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과거사 논쟁이나 ‘문재인 대통령 탄핵’과 같은 극단적인 주장은 확 줄었다.
황교안·오세훈·김진태 후보 등 당권 주자 3인방은 이날 정치보다는 경제 이슈를 앞세워 ‘PK 당심’ 공략에 나섰다. 매월 1000원 이상의 당비를 내 전당대회 투표권을 가진 32만8000여 명의 책임 당원은 TK 지역에 10만여 명, PK 지역에 6만여 명 분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지역을 합하면 유권자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
황 후보는 “막무가내 탈원전 정책으로 경남 기업 350개가 문을 닫고 지역을 떠받치는 자동차산업은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도산 위기”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지역 경제를 망친 주범이 바로 문 대통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무려 8800만 개의 댓글을 조작했다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더불어민주당은) 판사를 쫓아내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도 “부·울·경 지역의 실물경제가 정말 어렵다”며 “내년 총선에서 저들(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 후보 중 유일하게 다른 두 후보들에 대해 공세를 취했다. 오 후보는 “다른 후보들이 저 말고 모두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잘못된 것이라고 하는데, 일반 국민 생각과 완전히 괴리된 입장을 가지고 내년 선거를 치를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진태’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일반 국민의 마음은 우리 당에서 멀어진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등 민감한 정치문제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 대신 “부산 울산 창원 지역의 경기가 완전히 바닥”이라며 “현 정권의 최저임금 정책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끝장내겠다”며 “난세에는 배짱 있는 지도자가 나서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 측 지지자들은 1800여 석의 객석 절반을 넘게 채우며 응원전을 펼쳤지만 이전 행사 때와 같은 다른 후보들의 연설을 방해하는 막말과 고성은 거의 없었다.
한편 ‘문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던 김준교 청년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사려깊지 못하고 과격한 언행으로 당의 축제인 전당대회에 누를 끼쳤다”며 이전 발언들을 사과했다.
부산=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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