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인프라성 자산... 20년간 연 7% 수익률 기대
프랑스 덩케르크 LNG터미널 인수전에서 격돌
어제의 '경쟁자'가 오늘의 '동지'로
≪이 기사는 02월22일(11:2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등 국내 증권3사가 런던의 철도망에 2억1000만파운드(약 3100억원)를 투자한다. 영국판 GTX(수도권광역철도) 격인 출퇴근 철도노선에 투입되는 전동차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해외 대체투자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 증권사들의 3개 팀이 힘을 합쳤다는 점에서 이목을 끄는 거래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영국 인프라 전문 운용사인 에퀴틱스-달모어 컨소시엄은 또다른 운용사 3i로부터 영국 도시철도인 테임즈링크에 철도차량을 빌려주는 크로스런던트레인(XLT)의 지분 33%를 약 3억3000만파운드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중 에퀴틱스-달모어가 직접 투자하는 1억2000만파운드의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2억1000만파운드 규모를 국내 증권3사가 사들이기로 했다.
테임즈링크는 영국 런던 북부지역인 베드포드와 남부의 브라이톤 및 동부 세븐오크를 잇는 광역 철도망이다. 총 연장은 400㎞에 달한다. 런던 킹스크로스, 런던브리지, 블랙블랙프라이어스, 루톤 및 개트윅공항에 정차한다. 최근 재정비를 통해 최대속도 시속 160㎞ 가량의 철도망으로 완비됐다.
영국은 1993년 철도산업 민영화 이후 차량, 노선, 운영권을 각각의 다른 민간 회사가 갖고 있다. 교통청과 운영사간의 계약(실시협약)에 따라 수익(열차 요금)를 운영사, 철도차량 보유사, 유지·보수 회사 등이 나눠갖는 방식이다.
국내 기관투자가는 투자하는 XLT는 테임즈링크 노선을 달리는 115대(1140량)의 전동차를 갖고 있다. 테임즈링크와의 임대 계약은 20년 가량이 남아있고, 계약 기간이 지나더라도 임대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철도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마련된 영국 철도법 54조 ‘차량임대사업자의 매출안정성 확보’ 조항에 따라 철도 수요 변화에 상관없이 고정된 임대료를 받기로 돼있어, 투자자의 리스크도 매우 낮다는 설명이다.
3사는 에퀴틱스-달모어가 입찰에 들어가기 전에 투자의향서(LOC)를 발급해주는 방식으로 거래에 참여했다. 치열한 현지 입찰에서 달모어-에쿼틱스 컨소시엄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3i말고도 66.6%의 지분을 가진 나머지 주주의 동의를 밟고, 영국 정부의 계약 승인을 받는 등의 거래 절차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사는 투자금을 국내 자산운용사가 굴리는 펀드에 담아 그 수익증권을 다른 기관투자가들에게 재판매할 예정이다. 연 7%대 수익률을 예상하고 있다. 안정적 배당이 나오는 인프라성격의 자산이라 장기 자산을 담아야 하는 국내 기관투자가의 관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투자 기간(펀드 설정기간)은 20년으로 주주사들간의 협의에 따라 5년씩 연장할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 대체투자금융실, 미래에셋대우 글로벌투자금융본부, 삼성증권 투자금융본부 등 국내에서 해외대체투자에서 뛰어난 3개 팀이 힘을 합쳤다. 지난해 프랑스의 LNG가스터미널 '덩케르크' 인수전에서 경쟁상대였던 곳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이 동일한 물건을 갖고 경쟁해 인수가를 높이는 게 아닌 힘을 합쳐 시너지를 낸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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