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무효 확인訴' 항소 포기
소통·화합…새 출발 좋지만 원칙 무시한 행보에 비판도
장현주 지식사회부 기자
[ 장현주 기자 ] 시흥캠퍼스 신설에 반대해 학교 본관을 무단 점거했다가 징계를 받은 서울대 학생들과 학교 측의 갈등이 마무리됐다. 2017년 7월 징계 결정이 내려진 뒤 1년 7개월 만이다. 서울대는 지난 21일 “‘징계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고 학생들의 징계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교육적 측면에서 부적절하지만 학내 구성원 간 화합과 신뢰 회복을 위해 항소를 취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6년 10월부터 228일 동안 이어진 점거 농성 이후 서울대는 갈팡질팡 행보를 보여왔다. 성낙인 당시 서울대 총장은 학생들이 망치로 창문을 부수며 본관을 점거하자 중징계 의사를 밝혔다. 농성을 주도한 학생 12명에게 무기정학 또는 6~12개월 정학 처분을 내렸다. 학생들은 “부당 징계는 무효”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어린 학생들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가혹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학내 갈등이 점차 커지자 성 총장은 “학생들을 소송이라는 불미스러운 공간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며 ‘징계 해제’ 조치를 내렸다.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던 징계 논란은 “학적부에 징계 사실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반발이 나오면서 다시 점화됐다. 학교 측은 “징계 해제는 잔여 징계를 없앨 뿐 징계를 내린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지루한 법정 다툼 끝에 지난해 11월 법원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서울대가 내린 징계는 모두 무효”라고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대는 곧바로 항소했지만, 이번에 항소 취하를 결정하면서 징계 논란은 막을 내렸다.
항소 취하는 오세정 신임 총장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그는 지난 1일 임기를 시작한 이후 학내 갈등 해소에 힘을 쏟고 있다. 12일엔 도서관 ‘난방 파업’을 한 시설관리직 노동자들과 임금협약을 새로 체결했다. 7개월간 이어진 총장 공백 사태를 수습하고 소통과 화합의 의미에서 새롭게 출발하자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학내 갈등에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뚜렷한 원칙은 보이지 않는다. “일단 갈등은 봉합했지만 뚜렷한 징계 기준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 점거 농성이 다시 발생한다면 눈치 보지 않고 징계를 할 수 있겠는가”라는 한 교수의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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