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S&P의 경고…“이대로면 韓 기업 올해 신용등급↑ 없다”

입력 2019-02-22 17:41  

[박준홍 한국기업 신용평가팀장 인터뷰]
한국기업 주요 시장서 수요 감소
호황 누렸던 반도체마저 흔들릴 조짐
"올해 신용등급 상향 기대할 기업 꼽기 어려워"



≪이 기사는 02월22일(14:4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부진 등 한국경제의 불확실성 확대가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올해는 신용등급 강등 위협에 처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입니다.”

박준홍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한국기업 신용평가팀장(이사)는 22일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무디스, 피치와 함께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 꼽히는 S&P는 현재 68개 한국기업의 신용등급을 매기고 있다.

박 이사는 “올해 신용등급 상향을 기대할만한 기업을 꼽기 쉽지 않다”는 비관적인 전망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S&P는 지난해 10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캐피탈(모두 BBB+)·현대카드(BBB)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신용등급을 줄줄이 한 단계씩 떨어뜨린 데 이어 올 들어선 SK이노베이션(BBB+) SK종합화학(BBB+) KCC(BBB) SK E&S(BBB) 등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달았다. S&P는 올해 한국의 10개 주요 산업 중 7개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긍정적으로 본 업종은 전무했다.

그는 기업들이 영업활동을 펼치는 핵심시장에서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에선 소비 투자 고용 등 주요 경기지표가 악화하는 가운데 수출여건마저 나빠지고 있다. 지난달 한국의 수출규모는 464억달러(약 52조3400원)로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했다. 지난해 12월(-1.3%)보다 감소폭이 더욱 커졌다. 지난해 말 S&P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낮췄다.

박 이사는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중국 등의 성장률 하락 여파로 한국기업의 주력 수출품목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며 “일부 업종에선 호황기에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한 결과 초과공급 상태가 발생해 제품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같은 흐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기업들이 현재 신용등급을 유지할 힘이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경제를 이끌던 반도체에 대한 전망도 변경했다. 가격 하락세와 함께 수요마저 주춤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한국의 지난달 반도체 수출금액은 74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3% 급감했다. S&P는 2017년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올린 데 이어 지난해 11월엔 SK하이닉스 신용등급(BBB-)에 ‘긍정적’ 전망을 붙이는 등 지난해 말까진 국내 반도체업체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박 이사는 “스마트폰시장 성장세와 데이터센터 투자속도마저 둔화되고 있어 반도체 수요가 기대만큼 늘지 않는 것도 부담”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체들이 과거엔 업황이 꺾일 때 적자를 냈는데 이번엔 이익을 내면서 버틸 수 있을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특히 현재 신용도를 유지할 여력이 약해진 업종으로는 자동차 정유 전력 통신을 꼽았다. 자동차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미국의 ‘수입차 관세폭탄’이 현실화될 위험에도 노출돼있다. 그는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수출품에 고율의 관세까지 붙게 되면 국내 자동차업체의 사업경쟁력에 적잖은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이사는 정유사들에 대해선 지난해 4분기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로 일제히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다 수요 부진으로 정제마진마저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력업체들은 원자력과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는 정부 정책에 따른 발전원가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통신업체들의 경우엔 정부의 선택약정할인제 도입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5G 투자 및 케이블TV업체 인수에 따른 비용증가로 재무적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실적악화를 피하기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어떤 재무전략을 펼치느냐가 신용도를 좌우하는 핵심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S&P가 올해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꾼 SK이노베이션과 SK종합화학(주주환원 강화), KCC(대규모 인수합병), SK E&S(배당 확대) 모두 최근 현금유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박 이사는 한국기업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만한 대외변수로는 중국의 경제상황을 꼽았다.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의 27%를 책임진 중국의 성장률이 최근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6%로 1990년 이후 28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도 주목해야할 요인으로 봤다. 미국은 지난해 수입 세탁기에 추가 관세를 물린 데 이어 최근엔 수입차에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자국 주요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장벽을 높이 쌓고 있다. 박 이사는 “기업들이 해외 현지생산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더라도 국내 고용과 투자가 감소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국내 경기침체로 이어져 다시 기업들에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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