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북한 귀임을 앞두고 잠적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의 후임이 이탈리아에서 논란이 된 조성길의 미성년 딸의 북한 송환에 대해 "납치가 아니다"고 밝혔다.
22일 뉴스통신 ANSA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천 신임 이탈리아 대사대리는 오스발도 나폴리 이탈리아-북한(조선) 친선의회그룹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조성길이 잠적한 뒤 그 딸을 북한 정보요원들이 납치해 강제로 북한으로 보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김 대사대리는 "조성길의 딸은 잠적한 조성길 부부에 의해 집에 홀로 남겨졌기 때문에 부모를 증오했고, 조부모에게 돌아가기 위해 평양에 가길 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성길의 딸은 치료를 받고 있긴 하지만 거기서 잘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길의 딸이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는 서한에 적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딸이 북한으로 돌아간 사실은 2016년 북한 체제에서 이탈해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정치권에서는 미성년자인 조성길의 딸이 만약 일각의 주장대로 강제로 송환됐고, 이 과정에서 북한 정보요원들이 개입했다면 인권 침해와 주권 훼손에 해당하는 "엄중한 사안"이라면서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여론이 거셌다.
야당과 함께 집권당 '오성운동'도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의 의회 보고까지 요구하는 등 조성길 딸의 강제송환 여부가 정쟁의 쟁점이 됐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조성길의 딸이 지난해 11월 14일 북한으로 자발적으로 귀국했다는 사실을 현지 북한 공관이 보고해 알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조성길 딸의 송환을 둘러싼 의혹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김천 신임 대사대리는 서한에서 "남한에서 제기한 '납치설'은 이탈리아와 북한의 관계를 훼방놓기 위한 것"이라고도 비난했다.
또한 조성길 전 대사대리가 11월 10일에 북한대사관을 떠나 잠적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그가 정치적인 동기로 이탈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성길은 딸 조유정의 정신장애 때문에 아내와 부부 싸움을 한 뒤 대사관을 나갔고, 다음날 아침 그의 아내도 대사관을 떠난 뒤 두 사람 다 돌아오지 않고 종적을 감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고등학생인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딸은 아버지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지난해 3월부터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현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로마의 대테러정보경찰(DIGOS)이 조성길의 딸 강제송환 여부를 가리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수사진은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북한 대사관측의 말처럼 자발적으로 귀국한 것인지, 아니면 강압적으로 송환된 것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 겸 북한대사관 공관원들의 살림집을 겸하고 있는 로마 남부 에우르 지역의 CCTV 영상을 살펴볼 예정이다. 북한대사관의 외교관들이 은폐한 게 없는지 등도 들여다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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