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연 ‘갤럭시S10 언팩’ 행사에서 눈길을 잡아끈 것은 단연 갤럭시 폴드였다. 자연스럽게 안으로 접히는 폴더블폰은 탄성을 자아냈다. 삼성 기술의 집약체라 할 만했다.
그리고 모두의 눈에 보이는 이 뚜렷한 폼팩터 혁신과 함께, 삼성은 ‘조용히’ 가상화폐(암호화폐) 지갑을 선보였다. 갤럭시S10에 탑재된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 삼성전자가 지난해 유럽 특허청에 상표권을 등록하면서 ‘삼성표 암호화폐 지갑’으로 주목받은 그 기능이다. 소문이 실체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삼성은 블록체인 키스토어와 관련된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공식 언급은 “갤럭시S10 시리즈에 블록체인 키스토어가 탑재된다”는 문구 정도다. 상세 정보는 갤럭시S10이 출시되는 다음달 8일 이후 확인할 수 있다고만 했다.
블록체인 업계는 이같은 삼성의 행보를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정부 방침을 고려한 ‘의도적 침묵’으로 풀이했다. 정부는 암호화폐 공개(ICO)를 금지하는 등 정책적으로 암호화폐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갤럭시S10의 암호화폐 지갑 탑재를 대대적으로 알려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란 해석이다.
실제로는 어떨까. 삼성전자가 특정 홍보관에선 대중에게 제품을 선공개하는 만큼 공식 출시일 전에도 갤럭시S10의 기능을 엿볼 수 있다.
갤럭시S10은 암호화폐 지갑 탑재는 물론 이를 활용한 결제·송금·전자서명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 전자서명이 다소 낯선 개념일 수 있는데, 공인인증서 같은 인증절차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블록체인 키스토어는 프라이빗키(개인 비밀번호)를 활용해 거래·계약·가입 등에 일일이 인증할 필요 없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게 차별화 포인트다. 그만큼 보안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기기 통합 보안관리 ‘녹스(Knox)’ 서비스 적용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강력한 보안 기술로 블록체인 특유의 편의성을 확보한 것이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의 코인 보유·전송 기능 지원도 확실시된다. 삼성전자는 지갑에 보관된 암호화폐의 송금방법도 설명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제휴사 제공 ‘제3자 서비스’에 서명 서비스가 이용된다는 내용이다. 갤럭시S10에서 블록체인 기반 분산형 애플리케이션(Dapp·댑)을 사용 가능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소개 및 시연 영상에도 댑이 나온다.
암호화폐 지갑과 연동한 각종 블록체인 기반 댑의 ‘인프라 생태계’를 제공하는 셈이다. 대중에겐 여전히 낯선 블록체인 서비스를 갤럭시S10 사용자라면 손쉽게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업계에선 암호화폐 지갑 탑재 자체보다 이 대목에 대한 기대치가 더 높다.
그렇게 되면 토큰이코노미 기반 블록체인 댑이 일상으로 파고들 기회를 제공한 ‘플랫폼 디바이스’ 갤럭시S10이 블록체인·암호화폐 대중화의 직접적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어쩌면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갤럭시 폴드보다 침묵에 가까운 블록체인 키스토어가 ‘결정적 혁신’이 될지도 모른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