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속담처럼 즐겨 쓰던 표현이 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공짜 점심’은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서 유래됐다. 당시 어느 술집에서는 술을 일정 한도 이상 마 시면 점심식사를 공짜로 제공했다고 한다.
밀턴 프리드먼의 공짜 점심
얼핏 귀가 솔깃한 공짜 서비스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달랐다. 막상 공짜로 점심밥을 먹으려면 그만큼 술을 많이 마셔야 하고 당연히 술값을 많이 내야 했다. 결국 술집이 제공하는 점심식사의 값이 술값에 포함되는 셈이었다. 여기에 공짜 점심의 함정이 있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어떤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러시아 속담에는 “공짜 치즈는 쥐덫에만 놓여 있다”란 말이 있고, 우리나라 속담에는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는 말이 있다. 이 모두가 숨겨진 비용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공짜처럼 보이지만 숨겨진 비용 이야기는 이솝우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솝우화의 ‘야생나귀와 집 나귀’ 이야기를 살펴보자. 산속에 사는 야생 나귀는 집 나귀를 보고 매우 부러워한다. 자기는 항상 거친 산속에서 무서운 천적에게 쫓기고, 먹이가 부족해 배를 곯기 일쑤인데 집 나귀는 따뜻하고 안전한 집에서 주인이 주는 먹이를 날름날름 받아먹으며 편하게 살기 때문이었다. 야생 나귀가 보기에 집 나귀는 먹이 걱정도, 천적 걱정도 전혀 없이 마냥 행복한 듯했다.
야생 나귀와 집 나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야생 나귀는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됐다. 집 나귀가 커다란 짐을 등에 싣고 힘겹게 걸어가는 게 아닌가? 게다가 나귀 주인은 집 나귀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사정없이 채찍질을 해댔다. 야생 나귀는 기겁하며 뒷걸음질쳤다. 자신이 부럽게만 생각했던 집 나귀의 생활이 실은 배부르고 등 따뜻하게 놀고먹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무거운 짐을 나르고 주인의 채찍질을 맞는 대가를 담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야생 나귀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산속으로 풀쩍풀쩍 돌아가버렸다. 이때 야생 나귀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세상에 정말 공짜 밥은 없구나!’ 아마 야생 나귀는 두 번 다시 집 나귀를 부러워하지 않았으리라.
반면 엄청나게 비싼 식사비도 있다. 미국에서 유명인과 식사하기 위해 큰돈을 내놨다는 뉴스가 곧잘 나온다. 대통령과의 식사를 위해 수천만원을 기부했다거나, 유명 기업가와의 식사를 위해 수억원을 썼다는 기사도 보게 된다.
팀 쿡 애플 CEO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팀 쿡과의 커피 타임(2013년)’의 경매 낙찰가는 61만달러였다. 우리돈으로 약 6억8000만원이나 된다. 아파트 한 채 값을 훌쩍 웃도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급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신다고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단순히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데 61만달러를 낼 사람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당시 ‘팀 쿡과의 커피 타임’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은 애플과 함께 일하고 있거나 일하기를 원하는 기업인들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팀 쿡과 만나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시간 동안 자신에게 더 큰 이익과 좋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즉 ‘팀 쿡과의 커피 타임’은 커피 한 잔 값 이상의 가치를 내포하는 셈이다. 61만달러라는 낙찰가는 이와 같은 기회와 가치를 모두 포함한 가격이다.
강연료 차이는 왜?
또 다른 예로 강연료가 있다. 보통 강연자에게는 사례비를 지급하는데 강연자마다 강연료가 차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어떨까? 놀랍게도 공개 강연 한 번 할 때 받는 사례비가 우리돈으로 2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퇴임 후 강연에서 25만달러를 강연료로 받았다. 우리돈으로 약 2억7000만원이나 되는 큰 금액이다. 버냉키 전 의장뿐만 아니라 그 전임자였던 앨런 그린스펀도 최고 25만달러의 강연료를 받았다고 한다.
유명인들이 이처럼 엄청난 액수의 강연료를 받을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강연을 통해 얻어가는 가치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기억해주세요
‘공짜 점심’은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서 유래됐다. 당시 어느 술집에서는 술을 일정 한도 이상 마시면 점심식사를 공짜로 제공했다고 한다. 얼핏 귀가 솔깃한 공짜 서비스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달랐다. 막상 공짜로 점심밥을 먹으려면 그만큼 술을 많이 마셔야 하고 당연히 술값을 많이 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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