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화되는 '노딜 브렉시트'…유럽 물류 대혼란 우려

입력 2019-02-25 09:02  

[ 이상은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불과 3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별도 합의가 없으면 오는 3월 29일 밤 12시에 브렉시트는 진행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줄곧 ‘소프트 브렉시트’를 추진해왔다. 브렉시트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EU와 협상을 지속했다. 작년 10월 합의를 이뤘지만 영국 하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영국은 일부 영역의 과도기적 조치만 겨우 얻어낸 채 3월 말부터 EU와 남남이 된다. 브렉시트 방안 중 가장 충격이 클 ‘노딜(no-deal)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노딜 브렉시트의 충격을 영국 정부와 EU 집행위원회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문답 형태로 짚어봤다.

(1) 거주자 지위는 어떻게 바뀌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EU는 회원국 정부에 거주 중인 영국인에게 관대한 조치를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런 조치는 기본적으로 상호적인 것이다. 만약 가족 중 영국인(혹은 EU 회원국민)이 있다면 가족관계를 바탕으로 상호 거주권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영국은 5년 이상 거주한 EU 회원국민의 경우 정착 지위를, 5년 미만은 정착 전 지위를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쪽 국민은 상대방 국경을 통과할 때 6개월 이상 유효기간이 남은 여권을 소지해야 한다. EU에서 공부하는 영국 학생 중 일부가 ‘비(非)EU 회원국민’으로 분류돼 높은 학비를 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 항공·물류는 어떻게

적잖은 혼란이 불가피하다. 당장 항공부문은 아무런 대체 협약이 없다. 다만 EU는 혼란을 막기 위해 2020년 3월 30일까지 일시적으로 EU와 영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EU 회원국 개인이나 법인이 대주주가 아니면 EU 내 항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영국 항공사는 항공 노선을 조정해야 할 전망이다. 영국과 EU가 서로 면허를 인정해주기로 하는 규약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차나 버스, 화물차 등의 사업자 면허나 개인 조종사 면허증, 차량 운전면허증 등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물류도 영향을 받는다. 당장 영국과 프랑스를 연결하는 도버해협을 통해 화물을 실어나르는 화물 운송비가 크게 비싸질 것으로 보인다.

(3) 관세 부담 얼마나 증가하나

브렉시트를 한다 해도 개인이 내는 소득세와 법인이 내는 법인세는 이중과세되지 않는다. 하지만 관세는 얘기가 다르다. 노딜 브렉시트 시 영국과 EU 간에 주고받는 상품 등은 기본적으로 관세 부과 대상이다. 다만 세율은 상품마다 다르다. 영국은 EU산 물품을 수입할 때 세계무역기구(WTO)의 최혜국대우(MFN)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WTO에 통보했다. 이 방식에 따르면 독일차는 영국에 수출할 때 10% 관세를 적용받는다. 반면 산업용 기계는 1.8%, 전자기기는 2.5% 등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을 받는다. 부가가치세도 달라진다. 양쪽은 이제 ‘남남’이므로 상대방에 물건을 수출할 때는 부가세를 면세받고, 수입할 때는 부가세를 내야 한다.

(4) 영국 경제가 받을 파장은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영국이 ‘영광스러운 고립’을 통해 더 번창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노딜 등 하드 브렉시트 시 영국이 입을 손실은 국내총생산(GDP)의 4%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이민자 유입 중단도 경제에는 마이너스다. 영국 런던 경제성과센터(CEP)는 노딜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인 1인당 GDP가 향후 10년간 8.7% 감소(생산성 영향 고려 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5) 한국에 미칠 영향은

영국에는 한국 기업 100여 곳이 진출해 있다. 연간 교역 규모는 144억달러가량으로 전체의 1.4% 정도다. 수출품은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이 많고 수입품은 위스키 등 다양한 소비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 기준으로 수출 품목 수로는 전체의 74.2%, 금액으로는 66.0%가 노딜 브렉시트 영향권에 들어 있다. 정부는 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가능한 한 빨리 체결해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외교부는 브렉시트 직후 공식 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국인의 영국 여행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 영국은 EU와 별개로 한국 국민에게 최대 6개월간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NIE 포인트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를 결정하게 된 이유를 정리해보자. EU가 결성된 역사적 배경 및 경제적 공동체인 ‘유로존’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자. 브렉시트로 발생하게 될 여러 변화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 등을 토론해보자.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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