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란 무엇인가
반값 연봉 완성차 공장 건설
광주시·현대차 설립 투자협약
2021년 하반기 가동 들어가
연간 10만대 규모 경차 생산
적정임금으로 일자리 창출효과
임금·근로조건 놓고 마찰 가능성도
[ 장창민 기자 ]
![](https://img.hankyung.com/photo/201902/2019022258991_AA.18972546.1.jpg)
‘반값 연봉+복지’의 결합 모델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가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AUTO) 5000’을 벤치마킹했다. 폭스바겐은 2001년 경기침체로 생산량이 급감하는 등 위기가 닥치자 노조 동의를 얻어 별도의 독립법인과 공장을 세우자고 노조에 제안했다. 본사 공장이 있는 볼프스부르크 지역사회와 노조가 ‘공장 해외 이전은 안 된다’며 회사 제안을 수용했다. 5000명의 실업자를 기존 생산직의 80% 수준인 월급 5000마르크(약 300만원)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독립회사로 설립된 ‘AUTO 5000’은 이후 정상궤도에 올라 위기가 끝난 2009년 1월 폭스바겐그룹에 다시 통합됐다. 광주형 일자리도 이런 원칙을 따랐다.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노사 경영 책임 △원청과 하청업체 간 관계 개선 등 4대 원칙이 핵심이다. 노동자 입장에서 임금은 줄어들지만 현재처럼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일자리를 나누는 것으로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다.
광주 신설 공장에 총 7000억원 투입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근로자 임금은 국내 완성차 업체 다섯 곳의 연평균 임금(9213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적정 초임 평균 임금은 절반보다 조금 더 낮은 3500만원 안팎 수준이 될 전망이다. 연봉은 낮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기에 주거·육아·여가생활 등 생활기반과 복지를 지원한다. 복지를 통해 실질적 적정 임금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반값 연봉과 복지를 결합한 새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광주형 일자리가 절벽으로 추락하는 고용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투자협약을 통해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 완성차 생산공장(62만8000㎡)을 짓기로 했다. 이 공장을 경영할 신설법인에 현대차가 투자하는 게 핵심이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신설법인에 자본금 2800억원, 차입금 4200억원 등 총 7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광주시가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자본금의 21%인 590억원을, 현대차가 19%인 530억원을 각각 투자한다.
공장은 2021년 하반기 가동에 들어간다. 연간 10만 대 규모의 1000㏄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아토스를 단종한 지 20년 만에 경차시장에 재진출하는 것이다. 현대차가 차량을 주문하면 신설법인이 생산하고, 현대차가 이를 다시 인수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직간접 고용 인력은 1만2000여 명에 달할 전망이다.
노동계 ‘딴소리’하면 판 깨질 우려도
광주시는 신설법인이 순항할 수 있도록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투자 규모의 10%에 달하는 보조금을 주고 취득세와 재산세를 5년간 각각 75% 감면해주기로 했다. 양측은 핵심 쟁점이던 임금과 복지 등 근로조건 등을 향후 구체적으로 정하기로 했다. 일단 전체 근로자 평균 초임 연봉은 주 44시간 기준 3500만원 수준으로 큰 틀에서 합의를 봤다. 노사상생협의회가 정하는 세부 임금 및 근로조건은 누적 생산량이 35만 대에 이를 때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사실상 앞으로 5년간(연 7만 대 생산 시) 임금 및 근로조건에 대해 별도 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임금 인상률은 소비자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정하기로 했다.
다만 이 같은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우선 광주시와 현대차가 체결한 투자협약 자체가 노사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사상생협의회를 구성해 세부 임금 및 근로조건을 정하는 과정에서 지역 노동계가 ‘딴소리’를 할 경우 판이 깨질 수 있어서다. 부족한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 숙제도 남아 있다. 전체 자기자본금(2800억원) 가운데 광주시(590억원)와 현대차(530억원)가 넣기로 한 자금 외에 1680억원을 더 확보해야 한다. 경영이 지속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경형 SUV의 단가가 낮아 수익성 확보가 만만치 않아서다. 노조 리스크도 문제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 추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NIE 포인트
광주형 일자리의 구체적 내용과 광주형 일자리가 갖는 의미가 뭔지 정리해보자.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광주형 일자리가 안착할 수 있을지 토론해보자. 군산과 구미 등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형태의 공장이 들어설 수 있을지 논의해보자.
장창민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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