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25일(14:2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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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원금 손실 위험에 10% 중반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오퍼튜니스틱(기회추구형) 크레디트 전략이 전세계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세계 3대 사모펀드인 미국 칼라일그룹의 마크 젠킨스 크레디트 부문 대표는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요즘같이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원금보호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면서도 두자리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오퍼튜니스틱 크레디트가 가장 적합한 투자 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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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킨스 대표는 “최근 활발한 크레디트 투자 전략인 ‘디렉트렌딩(direct lending)’도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시장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수익률이 떨어지고 원금보호 조항도 약해지고 있다”며 “이에 반해 시장 규모가 1조 달러(약 1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오퍼튜니스틱 크레디트는 아직 대형 펀드가 많지 않아 투자 경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매수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디렉트렌딩은 중소형 바이아웃(경영권 매매) 거래 등에 인수자금을 제공하는 투자 전략이다.
젠킨스 대표는 오퍼튜니스틱 크레디트 투자 사례로 미국 대형 주택건설회사 A사가 보유한 태양광발전시설 설치회사 B사의 예를 들었다. 시장 1위 자리를 굳히기 위해 경쟁업체 인수를 추진하던 A사는 재무비율 개선을 위해 B사 매각을 검토했다. 그러다 칼라일로부터 B사에 대한 지분 투자를 유치해 재무비율을 개선, 매각 없이 경쟁업체를 인수할 수 있었다. 칼라일이 사들인 B사의 증권은 자본으로 인정받지만, A사로부터 원금의 80%와 이자를 보장받아 원금 손실 위험을 최소화했다. 칼라일은 투자 기간동안 두자리대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으며, 경영실적에 따라 PEF에 필적하는 높은 수익률도 올릴 수 있다.
젠킨스 대표는 “이런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투자기회 발굴과 실사, 투자구조 설계 등 PEF 투자에 필요한 네트워크와 역량이 필요하다”며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이나 크레디트 전문 자산운용사들은 접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칼라일의 경우 회사의 모태인 PEF 부문과 협업해 우량한 투자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칼라일그룹은 기업 대출 등에 투자하는 크레디트 부문을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에서 크레디트 투자 대표를 담당하던 젠킨스 대표를 지난 2016년 영입했다. 현재 칼라일 크레디트 부분은 약 45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젠킨스 대표는 이규성, 글렌영킨 공동대표와 함께 칼라일그룹 경영위원회 위원으로 경영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다음은 젠킨스 대표와의 일문일답]
▶칼라일의 크레디트 사업부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칼라일은 PE(사모주식), 실물자산, 투자솔루션, 크레디트 등 4가지 비즈니스그룹이 있습니다. 그중 크레이드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칼라일 창업자및 최고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현재 한화로 약 45조 정도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고, 한두가지의 고유 크레디트 전략에 집중하는 일반적인 글로벌 크레디트 운용사와 달리, 칼라일은 유동성 높은 상품에 투자하는 저위험·저수익 전략부터 디스트레스 전략같은 고위험·고수익 전략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년 이상의 투자실적(트랙레코드)과 200여명의 투자인력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선호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여년간 주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투자활동을 해왔는데, 작년부터 아시아 내 크레디트 플랫폼의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여년간 PE가 아시아에서 괄목한 성장을 해온 것 같이, 크레디트 투자에 있어서도 결국 아시아 시장이 매우 중요한 투자 대상으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연기금으로 평가받는 CPPIB에서 칼라일로 옮기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CPPIB에서 10여년 동안 크레디트 투자를 이끌다 2016년에 몇몇 글로벌 투자기관들의 권유로 독립 크레디트 펀드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지금은 공동대표가 된 이규성 당시 칼라일 부(副) 최고투자책임자(deputy CIO)를 만났습니다. 이 대표는 당시 글로벌 크레디트 부문 대표직도 함께 맡고 있었는데 크레디트 사업에 대한 그의 비전에 공감해 흔쾌히 이직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투자기관(LP)로서의 경험이 운용사(GP) 활동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연기금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험은 칼라일에 투자하는 LP들의 니즈(needs)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세스에 큰 도움이 됩니다. 사실 CPPIB와 같은 투자기관의 의사결정과정 및 포트폴리오 구성 과정에는 운용사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내외부 고려 사항이 있습니다. 투자기관의 현재 포트폴리오와 니즈를 확실하게 이해한 후 가장 적합한 투자 전략을 조합해 갈증을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투자기관들도 이를 높게 평가해주고 있습니다.”
▶크레디트 투자 전략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요즘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전략은 무엇인가요?
“중소형 바이아웃 딜에 자금을 대는 디렉트 렌딩 전략은 꾸준히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형 기업에 대한 일반적인 대출보다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상대적으로 낮은 리스크를 지고 달성할 수 있고, 대규모 자금을 집행할 수 있어 많은 기관들에 매력적인 투자전략이죠.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시장 내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또 빠르게 ‘범용화’ 되고 있습니다. 결국 다수의 투자 플랫폼을 기반으로 딜소싱, 포트폴리오 관리 능력과 자원을 가지고 있는 대형 크레디트 운용사들이 점점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알파’ 크레디트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는 오퍼튜니스틱 크레디트 전략이 최근에 글로벌 투자기관과 투자를 유치하는 기업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디렉트 렌딩 펀드나 제도권 금융기관이 직접 투자하기에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딜 소싱, 투자실사 및 스트럭쳐링 능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디렉트 렌딩보다 더 낮거나 비슷한 담보대출 비율과 강력한 투자 원금보호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두자리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전략입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다른 크레디트 전략들과는 달리 아직 이 전략을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대형펀드들이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경쟁이 적은 것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이 전략이 타겟할 수 있는 시장 규모는 약 1조달러 정도로 추산되는데, 2조원 이상 규모의 대형펀드 수는 몇개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현재 신용 사이클에서 투자자들이 오퍼튜니스틱 크레디트에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재 신용사이클의 방향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 가장 적합한 크레디트 투자 전략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이클의 큰 변화가 없을 경우 두자리 대의 목표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사이클이 꺾이면서 시장의 유동성이 경색되고 부도율이 크게 올라가더라도 원금의 손실을 최소화 하는 동시에 향후 투자의 목표수익률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우량한 회사들이 두자리수의 펀딩 비용을 지불하면서 오퍼튜니스틱 크레디트 펀드들로 부터 투자를 받는 이유는 뭔가요?
“좋은 질문입니다. 오퍼튜니스틱 크레디트 펀드의 투자를 받는 회사들은 재무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이 아니고 복잡한 인수합병에 자금조달이 필요하거나 복잡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새로운 자금을 필요로 하는 우량기업들입니다. 소수지분 사모주식(PE) 투자를 하는 PEF들이 투자할 만한 상황이죠. 이 때 같은 금액을 회사에 투자하면서 지분대신 대출의 형태로 투자를 한다고 보면 이해가 가장 쉽습니다.
PEF 들은 일반적으로 우량기업의 소수지분에 투자할때 20%가 훌쩍 넘는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회사의 지분과 경영 참여도 요구하고 복잡한 투자회수(exit) 조건도 내겁니다. 반면 오퍼튜니스틱 크레디트 펀드는 담보와 선순위대출이라는 형식을 빌어 기업에 무리한 재무적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10%대 중반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입니다.
PE와 비교했을때 장점은 원금보전과 최소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는 강력한 다운사이드 프로텍션 장치가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회사가 매우 좋은 영업성과를 보여서 PEF들이 20-50%의 수익률을 기록할 때 10%대 중반의 수익률로 만족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투자를 받는 회사의 관점에서는 같은 금액을 투자받으면서 PE 펀드에 비해 자본비용이 현저하게 낮고, 경영권, 투자회수에 대한 권리 등 어려운 협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핵심은 이런 상황의 딜을 어떻게 소싱할 수 있는냐, 즉 소싱 플랫폼에 달려있습니다. 강력한 딜소싱 플랫폼이 있는 대형 PE 펀드들이 오퍼튜니스틱 크레디트 전략에 꾸준히 진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오퍼튜니스틱 크레디트의 투자 케이스를 소개해주신다면?
“칼라일이 투자한 자산 중에 미국 1위 주택건설회사가 보유한 신규주택용 태양광발전시설 설치회사 SAM이 있습니다. 상장사인 SAM의 모회사는 기업가치와 시가총액이 각각 220억 달러, 150억 달러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로부터 BBB-등급을 부여 받았습니다.
모회사는 시장 내 1위 입지를 굳히기 위해 5위 경쟁업체를 인수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재무비율 개선을 위해 SAM의 매각을 고려했습니다. 그러다 칼라일로부터 지분으로 자금을 조달해 매각 없이도 재무비율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칼라일 오퍼튜니스틱 펀드는 자본구조의 최하단인 지분투자가 아니라 기업의 부채가 없는 상태에서 발생수입의 70~88.5%를 비용차감 전에 최우선으로 수취하는 지분구조를 만들어 투자, 자본구조상 최선순위의 위치를 확보하였습니다. 또 모회사가 칼라일 투자원금의 80%이상을 보장해 하방 위험도 방어했습니다. 이 투자를 통해 칼라일은 투자기간 5년간 기본 가정 기준으로 약 13.5% 수준의 수익률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경영활동에 따라 19% 수준의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에서의 투자 및 펀드레이징의 계획은?
“아시아는 투자의 측면에서나 펀드레이징의 측면에서나 상당히 중요한 시장입니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 상황에 예의 주시하면서 디스트레스 투자및 오퍼튜니스틱 투자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각 나라별 전략적 파트너들과 긴밀한 업무관계를 통해 다양한 투자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6-7개월에 걸쳐서 몇 건의 매우 매력적인 오퍼튜니스틱 투자기회를 검토해오고 있습니다.
펀드레이징 측면에서 보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기관들의 크레딧 상품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특정 전략을 선호하기 보다는 크레디트 전반에 걸쳐서 다양한 전략과 상품 구조에 대해서 매우 적극적으로 투자 집행을 하는 추세입니다. 칼라일은 판매하고 싶은 단일 크레디트 투자상품을 제공하기 보다는 칼라일의 다양한 투자전략을 실행하는 크레디트 플랫폼을 통해서 투자기관의 니즈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설계하고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기관투자가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개인투자가들에게도 중위험·중수익의 크레디트 투자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각 나라의 전략적 파트너들과 함께 추진할 예정입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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