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겨냥
호찌민·하노이 고급 쇼핑몰 입점
[ 전설리 기자 ] 많은 기업이 베트남으로 향한다. 생산기지로 적합할 뿐 아니라 성장하는 내수시장도 매력적이다. 평균 연령 30세로 가능성 역시 무궁무진하다. 한국에 대한 인식도 좋다. 한국에서 유행하면 한 달이 채 안 걸려 베트남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한류는 강력하다. 한국 기업에도 우호적이다. 27일 열리는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이벤트 때문에 베트남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만한 시장은 아니다. 맥도날드 등 국내외 대기업이 성과를 내지 못한 시장이기도 하다. 락앤락 동화기업 웅진식품 등의 사례를 통해 베트남 진출에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작년 7월 락앤락은 베트남 최고층 빌딩인 ‘빈컴센터 랜드마크 81’ 상가에 입점했다. 빈컴센터뿐 아니라 팍슨백화점 등 베트남 최고급 쇼핑몰엔 락앤락 매장이 있다. 베트남에서 락앤락은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락앤락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진출 초기인 2009년 약 34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618억원으로 18배 이상 뛰었다. 락앤락 전체 매출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4%로 커졌다. 락앤락 관계자는 “중국에서의 ‘명품 브랜드’ 전략을 벤치마킹해 베트남에서도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 마케팅
2002년 락앤락은 인건비가 싼 생산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에 들어갔다. 막상 들어가 보니 소비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이 더 커 보였다. 락앤락의 한 임원이 시장 조사를 하려고 대형 유통망에 들렀다. 매장에선 현지인이 금고를 사려고 상인과 흥정하고 있었다. 그는 분명히 더 튼튼하고 좋아 보이는 제품을 옆에 두고 다른 제품을 골랐다. 임원은 다가가 물었다. “왜 그 제품을 고르셨죠.” “당연하죠. OO 브랜드인걸요.”
그는 중국도 부유층을 중심으로 브랜드가 중시되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를 계기로 락앤락은 명품 브랜드로 승부하는 전략을 짰다. 상하이 베이징 선전 등 대도시 중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지역을 집중 공략했다. 이 지역에 플래그십 스토어 형태의 고급 매장을 열었다. 상하이에선 중국 대표 명품거리 화이하이루에 있는 홍콩신세계빌딩에 입점했다.
이와 함께 당시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한류 드라마 ‘대장금’에 출연한 배우 양미경 씨를 모델로 써 마케팅 공세를 폈다. 락앤락 매출은 2004년 중국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지 5년 만에 115배 뛰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락앤락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다.
2000년대 후반 락앤락은 ‘포스트 중국’을 찾기 시작했다. 생산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인건비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초기 한국의 20분의 1 수준이던 인건비는 매년 30% 상승해 4분의 1 수준이 됐다. 진출 이후 10년간 주어지는 세제 혜택 기한도 끝나가고 있었다.
중국 전략 벤치마킹
경영진은 베트남을 포스트 중국으로 정했다. 인건비가 낮을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 소득수준 향상 등에 따라 소비시장으로서의 매력도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35세 미만이 인구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등 다른 신흥국에 비해 장기 성장동력을 갖췄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락앤락은 중국 성장 전략을 벤치마킹했다. 명품 브랜드 전략이다. 2008년 진출 초기 주요 도시인 호찌민과 하노이 등을 중심으로 고급 쇼핑몰에 먼저 들어갔다. 최근엔 다낭 껀터 냐짱 등으로 지역을 확장해 대형 직영매장을 열었다. 베트남 내 락앤락 매장은 40여 개에 이른다. 락앤락 관계자는 “박항서 감독의 인기 등에 힘입어 한류가 확산돼 브랜드 인지도가 더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브랜드를 기반으로 제품도 다양화했다. 밀폐용기에서 벗어나 프라이팬 텀블러 등 주방용품은 물론 에어프라이어 토스터 블렌더 커피머신 등 소형가전을 팔았다.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커지고 있는 소형가전 시장을 적극 공략한 것이다. 중국과는 다른 전략이었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락앤락의 밀폐용기 매출 비중은 18%에 그쳤다. 소형가전 매출 비중은 43%에 달했다. 락앤락 관계자는 “최근 베트남에선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이 확대돼 점차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며 “중국에 이어 베트남에서도 명품 브랜드 전략이 통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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