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태 기자 ] 직장생활 10년차인 N씨는 3·1절 연휴가 낀 이번 주말 일본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28일 인천을 출발, 2박3일간 오사카에 머무는 일정이다. 2015년부터 시작된 그의 일본 여행은 이번까지 합하면 20회를 넘어선다. 지난해에만 11차례 다녀왔으니 거의 매달 일본에 다녀온 셈이다.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은 인디밴드 공연 관람. 자신이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이 연휴기간에 잡혀 있다. 3·1절 연휴에 맞춰 일본 규슈 남쪽으로 골프 여행을 다녀오려던 C씨(57)는 계획을 접었다. 지난 1월 중순 여러 여행사에 문의했더니 “이미 매진”이라는 답이 돌아와서다.
몇 해 전부터 불기 시작한 한국인들의 일본 여행붐이 갈수록 달아오르고 있다.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일본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일 정부 간 갈등은 수그러들 기미가 없지만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 수는 매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전년보다 32% 줄어든 165만8073명을 기록한 이후 매년 폭발적인 증가세다. 지난해에는 753만9000명에 달해 7년 새 4.5배 불어났다.
일본 관광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 흔히 ‘가성비(가격에 비해 성능이나 만족도가 높다는 뜻)’를 꼽는다. 다수 저비용항공이 취항하면서 왕복 비행기 값이 20만~30만원 정도로 싸졌다. 조기 할인, 반짝 할인 행사를 잘 잡으면 왕복 10만원 아래도 가능하다. 1~3시간 정도인 비행시간도 주말에 잠깐 짬을 내 다녀오기에 그만이다. 다양하고 정갈한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인 입맛에 비교적 잘 맞는 데다 가격도 국내와 큰 차이가 없다.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가 있고 쇼핑하기에도 좋은 데다 치안도 우수하고 미세먼지도 거의 없다. 항공권을 싸게 사고 숙박이나 식사비를 알뜰하게 아끼면 2박3일 기준, 총 50만~60만원이면 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연령층이 일본을 찾는 이유다.
하지만 다른 때도 아닌, 일제 식민통치에 항거했던 3·1 운동 기념일에 일본을 여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따가운 시선도 없지 않다. “하필 3·1절에 갈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올해는 3·1절이 금요일이어서 주말을 낀 여행객이 더 많다고 한다. 젊은 층 사이에는 “역사는 역사이고 여행은 여행일 뿐”이라는 시각도 많다.
재밌는 것은 한국을 찾는 일본인 역시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347만8031명을 정점으로 계속 줄다가 2016년부터 증가세로 반전, 지난해에는 28.1% 늘어난 292만1360명을 기록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양국을 상호 방문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반길 일이다. 자주 만나다 보면 오해가 풀릴 가능성도 커진다. 한·일 관계도 그렇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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