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北核 폐기, 경협보다 '사상 해방'이 먼저다

입력 2019-02-26 17:46  

"완전한 비핵화 어려울 하노이회담
개성공단 등 경협 선물 풀기보다
北 사회 변화 이끌 방법 찾아야"

조영기 < 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



두 번째 미·북 정상회담이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다. 핵심 의제는 북핵 폐기와 이에 상응하는 조치인데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로 끝날 것 같다.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동결에 초점을 맞추는 듯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도,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경협을 떠맡을 각오” 발언도 문제다.

북핵 동결은 한국 안보에 심대한 위협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남북한 군사력을 비교 연구한 결과, 한국의 군사력이 100이라면 북한의 군사력은 13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핵 동결은 동북아 안보지형의 축이 변화한다는 의미이며, 이 지역의 핵 도미노 현상을 촉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북핵 동결은 ‘허약한 평화’를 지속시키는 나쁜 결말이라는 점이 명백하다. 북한이 “공산주의 완수시점이 진정한 평화”라고 인식하는 현실에서 북핵 동결은 한반도 평화의 싹을 잘라버리는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북핵 동결의 이런 위험성을 애써 외면하고 ‘대대적 상응조치’를 피력한 것은 위험천만한 선택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상응조치의 핵심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對北) 경제제재 조치의 완화 또는 해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북 경제제재는 외환유입 차단을 통해 핵무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가 발효된 이후 북한 경제가 타격을 받았다는 징후들이 감지된다. 수출은 90% 격감했고, 노동자 파견 금지 등으로 인해 통치자금이 고갈되기 시작했으며, 평양시내 아파트 가격은 3분의 1 정도 폭락했다는 내부 소식도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핵 폐기의 유용한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신호들이다. 대북제재만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핵 폐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대대적 상응조치’는 북핵 폐기 가능성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철도·도로 연결 같은 사업을 염두에 두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는 ‘허약한 평화’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것이며 우리 스스로 대북제재에 구조적 허점을 만드는 것이란 점에서 위험하다. 벌써 우리 스스로 제재를 우회할 방안으로 현금을 대신하는 지급방안까지 고려하면서 여론을 주시하고 있다. 또 상응조치는 북한 전체주의 체제의 존립 기반을 강화해 개혁·개방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러시아는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한국 정부의 상응조치를 부추기고, 어떻게든 한·미 공조의 틈새를 벌리기 위한 역공세도 펼치고 있다.

현재로선 우리의 경제적 상응조치가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발하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북한이 핵 문제에 전향적인 자세로 나올 것이란 기대도 희망사항일 뿐이다. 북핵 위기 30년의 경험 법칙이다.

북한의 개혁·개방만이 북핵 폐기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여기서 개혁은 주체사상에 기반한 각종 이념, 제도를 포기하게 하고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경제로의 변화를 말한다. 개방은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대외관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중국과 베트남의 개혁·개방은 기존 이념을 버리고 새로운 이념을 받아들이는 ‘사상 해방’에서부터 출발했다. 절대 권력자의 통치기간 제한이 사상 해방의 근원으로 작용했다. 중국은 10년, 베트남은 5년으로 제한했다. 오늘의 중국과 베트남의 번영은 사상 해방의 결과물인 것이다.

사상 해방이 번영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은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김일성의 행보를 답습하고 있는 김정은의 행보에선 3대 권력세습의 영구집권 의지가 읽힌다. 북한의 개혁·개방도, 핵 폐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대한 경협 선물 챙기기보다 근원적인 북한 사회 변화를 촉발할 것은 무엇인지 숙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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