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노조는 합병 후에도 총고용 규모를 그대로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노조의 총고용 보장 요구는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할 테니 너희가 알아서 기업을 살리라’는 식”이라며 “노조도 기업을 살릴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회를 놓치면 구조조정은 실패하고 조선산업이 붕괴될지 모른다”는 경고도 했다.
대우조선은 공적자금 덕에 겨우 회생한 산업은행 관리기업이다. 대규모 분식회계와 조선업 불황으로 휘청거리는 기업을 13조7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혈세를 투입해 겨우 살려냈다. 그런 회사 노조가 지난해 실적이 반짝 호전되자 임금 인상을 외치며 골리앗 크레인 농성을 벌이더니 이번에는 민영화 과정에서 단 한 명도 구조조정하지 말라고 한다.
몰염치와 모럴해저드의 극치다. 물론 모든 게 노조 탓만은 아니다. 민영화나 구조조정을 계속 미룬 회사 측과 정부, 정치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노조의 태도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동걸 회장은 대우조선 민영화가 잘못되면 회장직을 내놓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노조도 상응하는 고통분담 의지를 보여야 한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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