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中 기업 떨게 하는 國進民退 논란

입력 2019-02-28 17:33  

강동균 베이징 특파원


[ 강동균 기자 ] ‘국진민퇴(國進民退).’ 지난해부터 중국 민간기업을 떨게 하고 있는 말이다. 민간기업은 역할을 다 했으니 이제 물러나고 국유기업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논란은 작년 9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전격적으로 “1년 뒤 은퇴하겠다”고 밝히며 시작됐다. 마 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진 선언을 놓고 억측이 난무했다. 그런 상황에서 금융 전문가 우샤오핑이 온라인에 기고한 칼럼에서 “중국의 사영(私營)경제는 이미 공유경제의 비약적 발전을 돕는 역사적 임무를 다했다. 이제는 서서히 경기장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하며 논란에 불을 댕겼다.

줄줄이 퇴출되는 민간 CEO

공교롭게도 지난해 중국에선 굴지의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가 갑작스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중국 금융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이 불법 자금모집 혐의 등으로 기소돼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중국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인 화신에너지의 창업자 예젠밍은 돈세탁 혐의 등으로 구금돼 경영권과 주주 권리를 빼앗겼다. 투자회사 밍톈그룹의 샤오젠화 회장은 홍콩의 한 호텔 앞에서 괴한에 납치된 뒤 실종됐다. 왕젠 하이난항공(HNA) 회장은 프랑스 출장 중 사진을 찍다 추락해 사망했다.

이들 사건에 정치적 음모가 개입했다며 국진민퇴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었다. 의혹이 커지자 작년 말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직접 “민간기업을 보호하고 성장을 지원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후 잠잠해지는 듯했던 국진민퇴 논란은 최근 중국 최대 민간 투자회사인 민성투자그룹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면서 다시 불거졌다. 민성그룹은 지난달 만기가 된 회사채 원금 30억위안(약 5000억원)을 갚지 못했다. 보유한 부동산 투자회사 중민자옌의 지분(67.26%)도 압류당했다. 자산 규모가 3000억위안에 달하는 기업이 불과 30억위안을 갚지 못해 자산까지 압류되자 민간기업 손보기가 다시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中 경제 흔드는 민간기업 쇠퇴

작년과 올해 상하이증시와 선전증시에 상장된 50여 개 민간기업의 경영권이 정부로 넘어갔다. 중국 전체 민간기업의 6분의 1인 500만 개 기업이 파산했다. 지난해 중국 채권시장에서 디폴트를 낸 채권 규모는 1500억위안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 90%가 민간기업이 발행한 채권에서 발생했다. 민간기업 도산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1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민간기업이 말살 공포에 떠는 것과 달리 국유기업은 호시절을 누리고 있다. 중국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 국유기업 매출은 29조1000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10.1% 증가했다. 순이익은 전년보다 15.7% 늘어난 1조2000억위안에 달했다. 매출과 순익 모두 사상 최대다.

중국에서 민간기업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60%, 고용의 80%를 담당하며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다. 중국 전제 상장기업 수의 61%가 민간기업이다.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의 첨병 역할도 민간기업이 맡고 있다.

서방에선 향후 중국 경제를 위협할 3대 요소로 부채와 그림자 금융, 부동산 거품을 꼽는다. 하지만 중국 내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번영은 시장을 포용했기에 가능했다”며 “민간기업이 쇠퇴하면 중국 경제의 결과는 끔찍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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