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재개여부 등에 촉각
[ 배정철/김소현 기자 ] 여야 정치권은 2차 미·북 정상회담 분위기가 28일 오후 들어 급변하는 양상을 보이자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여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노이선언’을 계기로 남북한 경협 활성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기대한 더불어민주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지도부가 국회에서 오후 4시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동성명 관련 TV 시청을 단체로 하기로 하는 등 회담에 기대를 보였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황교안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북·미 회담 결과에 따라 남북이 새로운 관계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점도 대화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오후 3시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합의문 서명은 물론 업무오찬마저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TV 시청 계획을 잠정 취소한 채 두 정상 움직임에 주목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미·북 정상회담 취소에 이 대표를 포함한 소속 의원들이 전부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며 “일단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 기자회견을 지켜본 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북·미 간 합의가 잘돼서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랐는데 아쉽다”면서도 “두 정상이 만나 각자 뜻을 확인했기 때문에 몇 주 안에 새로운 진전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여당 의원은 실망 속에서도 “문재인 정부에 신뢰와 지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광온 의원은 “보다 사려 깊고 완전한 평화의 로드맵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에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이날 긴급국가안보특위·북핵외교안보특위 연석 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황교안 대표는 “우리 정부는 장밋빛 환상만 이야기했지만 실제 북핵 상황이 얼마나 엄중한지 현실을 보여준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이어 “국민들이 하루 속히 안심할 수 있는 정부의 입장이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국과 미국 정부가 활발한 소통을 했는지 걱정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다만 당 공식 논평은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이번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과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 있기를 소망했다”며 “그러나 아무런 합의나 진전 없이 회담이 결렬된 점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회담이 조속히 재개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본 뒤 “미국은 북한에 대해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고, 비핵화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로드맵을) 내놔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것이 이뤄지 않는 한 제재 해제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며 “이제 김 위원장 차례”라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에 기대를 걸었던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범여권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당직자들과 함께 TV를 시청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조용히 지켜봤다. 정의당은 “실망을 감추기 어렵다”면서도 “양측이 재회를 기약했기에 희망을 버릴 때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배정철/김소현 기자 bjc@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