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지 거짓말 폭로했지만, 대통령 탄핵 가능성 낮아져
트럼프 "마녀사냥에 불과"
[ 김현석 기자 ] 미·북 정상회담 기간인데도 27일(현지시간) 미 언론의 관심은 워싱턴DC 의사당으로 쏠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옛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사진)이 하원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주의자’ ‘사기꾼’이라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코언의 증언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끌어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코언이 이날 청문회에서 증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말은 크게 네 가지다.
그는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폭로사이트 워키리크스가 공개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해킹 이메일 수천 통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비선 참모인 로저 스톤이 전화로 “클린턴 진영에 피해를 줄 이메일이 곧 공개될 것”이라고 알렸다는 것이다. 스톤은 러시아 정보기관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메일 해킹에 연루된 혐의로 로버트 뮬러 특검에 의해 기소된 상태다.
다음으로 그는 트럼프 지시를 받고 스토미 대니얼스 등 대통령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여성 두 명에게 입막음용 돈을 건넸다고 밝혔다. 자신의 돈을 먼저 준 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트럼프재단 재무책임자가 서명한 수표를 받았다며 사본을 제시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도 러시아 트럼프타워 개발을 계속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모스크바 트럼프타워에 대한 협상을 지시했으면서도 부인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네 번째 폭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도이체방크 등에서 더 많은 대출을 받기 위해 자산을 부풀린 서류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출을 위해 자산을 부풀렸고 부동산세를 줄이려 자산을 축소했다”며 분식회계 가능성도 언급했다.
뉴욕타임스는 법률 전문가를 인용해 “코언의 증언은 민·형사상 조사를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법적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러시아 스캔들 등에 대한 새 혐의나 물증은 나오지 않았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캠프가 공모했다는 의심은 있지만 직접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일부에서 탄핵 주장이 나오지만 민주당 수뇌부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53 대 47)를 점한 상태여서 탄핵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코언은 2006년부터 10년 넘게 트럼프 대통령의 ‘해결사’ 역할을 해왔지만 특검 수사를 계기로 갈라섰다. 코언은 위증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아 복역에 들어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언이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며 “미국에 좋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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