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정책 제언집 냈지만 절반가량 아직 해결 못해"
10개 현안 입법 건의서 전달
[ 좌동욱 기자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8일 국회를 찾아 규제를 풀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거미줄 같은 규제가 신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기업 목소리를 입법 과정에 효율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경제계와의 만남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10번째 국회 찾은 박용만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 사랑재에 박 회장을 비롯한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을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열었다. 기업들이 처한 상황과 입법 건의사항을 전달하고 싶다는 대한상의 측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작심한 듯 말을 꺼냈다. 그는 “지난 대선과 지난해까지 두 차례 (국회에) 정책 제언집을 냈는데 얼마나 진행됐는지 조사해 보니 절반 정도가 해결됐고 절반은 해결이 안 됐다”며 “해결되지 않은 것 중 상당수가 국회에서 도와주고 해결해 줄 수 있는 주제였다”고 말했다. 국회가 기업 의견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전달했다. 박 회장은 “해외 전문가들도 전 세계 경제에 호재보다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중 무역 갈등, 글로벌 경기 후퇴와 같은 악재가 많다고 보고 있다”며 “수출 위주 국가인 한국은 특히 더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가 기업들의 활력을 키우기 위한 법과 제도 개선을 서두르지 않으면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빠르게 뒤처질 것이라는 게 박 회장 판단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박 회장이) 지난주 미국 등 해외를 직접 둘러본 후 한국이 처한 상황이 특히 위중하다고 느낀 것 같다”며 “국회에 계류돼 있는 여러 법률 개정안을 보며 답답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이 경제계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20대 국회를 직접 방문한 것만 이번을 포함해 총 10번째다.
현안 입법건의서 제출
대한상의는 이날 구체적인 입법 건의사항을 담은 ‘상의 리포트’도 국회에 전달했다. 이 리포트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탄력근로제 개선 △서비스산업 발전 △빅데이터산업 활성화 △의료산업 선진화 △기업활력법 일몰 연장 △신산업 규제 개선 △공정거래법 개정 △상법 △복합쇼핑몰 규제 등 10개의 국회 현안에 대한 개선안이 담겼다. 박 회장은 “규제의 틀을 바꾸고 빅데이터와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다양한 입법 건의가 (이번에 제출한 리포트에) 담겨 있다”며 “기업이 일을 벌일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빨리빨리 바꿔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박 회장과 만난 여야 국회의원들도 어려운 경제 현실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문 의장은 “현실적으로 재계의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사전에 전달받은 경제계의 건의 내용을 보고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를 신속하게 정상화하고, 규제를 해소하는 민생경제 입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상의와 국회는 이런 만남을 1년에 두 차례씩 정례화하기로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