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車네] 빨리 사면 호갱님…수입차 프로모션의 배신

입력 2019-03-01 08:00   수정 2019-03-0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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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수입차 할인행사
1월엔 '호갱' 2월은 '득템'
브랜드, 차종마다 달라 '로또 혜택'





"올해 2월엔 기존 3년이던 무상지원을 5년으로 늘려드립니다."

"5~6월에 사면 7년간 14만km까지 보증합니다. 한시적 이벤트입니다."

솔깃한 수입차 프로모션(판촉 마케팅)이다. 해가 가거나 달이 바뀌면 '지금까지 이런 프로모션은 없었다'를 반복해서 듣게 되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구매혜택이 사라질까 노심초사다.

수입차 프로모션은 파이낸셜(금융) 서비스에 집중돼 있다. 낮은 이자율(연 0~3%대)과 케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제조사(또는 딜러사) 자체 금융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마다 차종마다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가 스스로 잘 따져봐야 한다.

수입차의 할인폭을 '정보력'이 결정하게 된 셈이다. 가장 커다란 '정보 싸움판'은 금융서비스가 아니라 본사 차원의 특별 프로모션. 사후서비스(AS) 보증 기간 연장 등이 핵심 혜택인데 제값을 주고 미리 산 소비자들을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한 번 누릴까 말까한 수입차 구매혜택을 간발의 차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내수시장에서 역대급의 판매량을 기록 중인 수입차가 나서서 투명한 구매 조건을 제시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지난달 13일, 2월 구입 시 5년 20만km 연장 보증 무상 지원 및 5년 서비스 플랜을 함께 제공하는 '재규어 랜드로버 토탈 케어' 서비스를 시장에 알렸다. 금융 프로모션이 아닌 본사 프로모션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1월에 랜드로버와 재규어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는 서둘러 구입했다는 이유 하나로, 5년간 최소 비용으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이 같은 '로또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됐다. 토탈케어 서비스는 랜드로버 모든 차종과 재규어 F-PACE, E-PACE, XJ, XF 등을 2월에 구매하는 조건으로 무상 제공되고, 연장 보증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보증 기간 내 무상으로 부품을 바꿀 수 있다.



캐딜락도 지난해 자동차세 및 주유비 등을 지원하는 한정 프로로션을 여름과 겨울 직전에 두 번 실시했다. 5~6월엔 XT5 구매 시 선납금(10%)을 내면 48개월 무이자 할부·4년간 자동차세 제공·재구매 시 보험료(1회)를 내줬고, 11~12월엔 전 차종에 걸쳐 48~60개월 무이자 할부에다 주유비(최대 1400만원, 일부 모델)까지 지원했었다.

쉐보레의 경우 한시적으로 프로모션을 실시했는데 작년 5~6월 중 말리부나 트랙스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기존 보증기간에 4년·8만km를 더 적용, 7년 또는 14만km까지 보증 서비스를 확대했다. 단, 5월 이전에 쉐보래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벤츠, BMW, 폭스바겐, 아우디 등은 대부분 금융 프로모션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브랜드마다 차종마다 그 시기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작년에만 해도 볼보가 3월과 8월에, BMW는 7월과 12월에 리스와 할부 프로모션(이자율 할인)을 제공한 반면에 아우디는 모델 A6에 한해 4월과 12월에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과 36개월 원금 유예 할부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벤츠의 경우 1월과 9월에 일부 차종(GLS 400 4MATIC)에 무이자 할부혜택을 공개했다.

BMW가 2018년 12월에 진행했던 5시리즈 대상 1% 스마트 프로그램(이자율 1.99%)은 2017년만 해도 9월에 진행됐었다. 이렇게 불투명하고 불규칙적인 형태로 할인혜택이 주어지다 보니 정보력이 약한 소비자들은 항상 '호갱님(어수룩해서 이용하기 좋은 손님)'으로 불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수입차의 함정'에 쉽게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업계에선 입을 모은다. 신차 출시 직후엔 구입을 가급적 피해야 하고, 연식 변경 전 대리점을 방문하는 게 소비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연히 '신차 효과'가 극대화되는 시기엔 할인폭이 낮고, 연식 변경을 앞둔 연말께 합리적인 가격대로 수입차를 구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10년 전 6만여대에 불과하던 국내 수입차의 연간 판매량은 지난해 5배가량 불어 26만 여대를 기록했다. 수입차 10개 브랜드가 최다 판매량을 동시에 갈아치운 데다 3~5년짜리 보증 기간을 넘긴 중고차량이 대거 늘면서 수입차 정비시장까지 덩달아 급성장(시장규모 4조원대, 2018년 기준)하고 있다.

수입차 수요가 커진 만큼 '정보력 싸움'으로 얼룩져 기울어진 할인혜택이 아니라 투명하게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수입차끼리 판매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로또식 혜택'이 시도 때도 없이 나오고 있다"면서 "아반떼 값을 주고 아우디 A3를 구입할 수 있거나 고급 브랜드인데 1000만원씩 할인해 주는 경우도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기존에 구입한 소비자가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중장기적으로 확인 가능한 혜택을 주는 것이 브랜드 이미지에도 좋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중고차 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거나 개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힐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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