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생명줄' 틀어쥔 유엔 안보리 제재안 뭐길래
2016년 이후 5건 해제 요구
무역 거래부터 노동자 송출까지 北 고립시켜 경제전반 타격 줘
[ 주용석/이미아 기자 ]
북한은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1일 심야 기자회견을 열어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구한 리스트가 ‘2016~2017년 채택된 5건의 유엔 제재’라고 밝혔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이 자리에서 “전면 해제가 아니고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일부 항목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요구가 정당하다는 점을 강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용호가 거론한 제재 5건은 북한이 주장한 대로 단순한 ‘민생’ 관련 제재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북한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은 물론 핵·미사일을 막는 핵심 제재여서 북측 요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면 사실상 전면 해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이 요구한 5개 제재 뭐길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9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후 지금까지 모두 11건의 대북제재를 결의했다. 이 중 6건이 2016~2017년 결의됐고 무기 거래와 관련된 특정 기관과 개인을 제재한 2017년 6월 제재를 뺀 나머지가 이용호가 심야 기자회견에서 밝힌 ‘5건의 유엔 제재’로 보인다.
주목할 건 2016년을 전후로 유엔 제재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는 점이다. 2016년 이전 제재는 대부분 미사일 부품 등 군수용품 및 사치품을 제한하는 부분적 제재였다. 하지만 북핵·미사일 실험이 국제 이슈가 된 2016년 이후 제재는 북한의 ‘돈줄’을 죄는 경제제재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6년 3월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이후 채택된 유엔 결의 2270호는 북한의 광물·원유거래와 금융·운송 부문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에 통과된 2321호 결의는 북한의 석탄 수출량을 제한하고 구리·니켈·아연·은 수출을 금지했다.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6차 핵실험 이후엔 제재 강도가 더 세졌다. 2371호 결의는 북한의 석탄·철광석·해산물 수출을 봉쇄하고, 노동자 해외 신규 송출을 금지했다. 2375호는 북한의 ‘생명줄’과 같은 원유와 정유제품 수입을 각각 연간 400만 배럴과 200만 배럴로 제한하고 북한산 섬유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2397호 결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정유제품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축소했다. 북한의 정유제품 수입량 중 약 90%를 차단하는 조치였다. 또 식용품·기계류·목재류·선박·농산품까지 수출 금지를 확대했다. 북한의 기름 및 무역거래를 막고 노동자를 통한 ‘외화벌이’까지 틀어막은 것이다.
생명줄 틀어막아 경제 악화
북한은 2016년 이후 채택된 일련의 경제제재로 상당한 ‘내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 전문 인터넷 사이트 NK데일리에 따르면 유엔이 북한의 원유 수입을 제한한 2017년 한때 평양 시내 휘발유 가격이 L당 9000원대에서 2만3000원대까지 150%가량 뛰었다. 특히 북한 수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석탄 수출이 제한되고 원유 및 기름 공급이 급감하면서 북한 내 상당수 공장이 올스톱됐다. 북한은 제재 이전 석탄·철광석·해산물 수출로 연간 30억달러 정도를 벌었지만 제재 이후엔 관련 수출의 3분의 1가량(약 10억달러)이 날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북한의 경제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증감률)은 -3.5%를 기록했다. 이는 ‘고난의 행군’ 시절인 1997년(-6.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가 지난해 더욱 나빠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87% 급감했다”고 말했다.
북, 민생 관련 제재 해제 요구라지만…
미국과 유엔 안보리로선 북한이 언급한 5개 제재는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할 수 있는 지렛대나 다름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런 만큼 미국 입장에선 비핵화 요구가 관철되기 전까진 풀어주기 힘든 제재란 얘기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제재 해제를 놓고 미국은 ‘북한이 전면 해제를 요구했다’고 하고, 북한은 ‘부분 해제’라고 해 엇갈리지만 정확하게 들여다보면 두 개가 사실상 같은 얘기”라고 말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2016년 이후 채택된 대북제재는 핵·미사일 도발을 막기 위해 북한의 돈줄을 죄어 경제에 타격을 입히려는 게 목적”이라며 “북한이 겉으로는 민생을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영변 핵시설 동결만으로 대북제재 전체를 다 허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주용석 특파원/이미아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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