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IT기업에 기회
반도체는 우려의 시각 있지만
수요·공급 측면 골 깊지 않아
[ 마지혜 기자 ] 올해 국내 증시는 ‘종목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해 말은 기업 기초체력과 무관하게 대부분 종목이 속수무책 무너진 무차별적 급락장이었다. 미국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 악재가 겹치면서 너도나도 주식을 내던졌기 때문이다. 시장이 우려를 소화하고 글로벌 투자자금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높은 곳으로 모이기 시작하자 1월엔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2월엔 오르내림을 거듭하며 횡보했다.
최광욱 제이앤제이자산운용 대표(사진)는 “올해는 상장사 이익이 작년보다 줄어드는 국면”이라며 “지수는 추세적으로 상승하기보다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상장사 전반의 이익이 감소하는 와중에 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이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정보기술(IT) 하드웨어 관련 기업, 수출형 소비재 기업 중 브랜드 파워가 강한 기업 등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아직 초입에 있을 뿐”
글로벌 산업지형을 바꾸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 한국 IT 기업들에 큰 기회를 줄 것으로 최 대표는 보고 있다. 빅데이터 관련 산업이 커지면서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반도체, 자동차 전장부품과 5G(5세대) 이동통신 관련 수요가 몰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전기차 시장 확대를 등에 업은 2차전지와 관련 소재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만났다는 진단이다.
반도체에 대해선 우려의 시각도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 둔화와 함께 서버용 D램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최 대표는 “아직 여력이 있고 장기적으론 더 유망하다”고 봤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는 아직 초입에 있을 뿐”이라며 “장기적으로 진행될 구조적 흐름임을 고려하면 아직은 반도체 수요가 충분히 찼다고 보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라고 말했다.
공급 측면의 변화도 언급했다. 과거 2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각축을 벌이던 반도체산업은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사 중심의 과점 시장이 됐다. 이들이 공급을 관리하기 때문에 이전처럼 호황과 불황의 골이 깊지 않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순매수액 중 약 80%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에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표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유입된 게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최 대표는 “블랙록이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매입해 지분율이 5%를 넘었다고 지난달 초 공시했듯이 패시브뿐 아니라 해외 액티브펀드들도 과도하게 저평가된 국내 반도체 대장주를 장기적 관점에서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카 관련 수요가 늘어날 2차전지 관련 기업에도 주목하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 등 리튬이온배터리 분야의 대장주와 2차전지 소재주가 함께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다. 2차전지 소재주는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을 달구는 종목이기도 하다. 지난달 11일 상장한 2차전지 소재 기업 천보, 이달 5일 상장 예정인 에코프로비엠 등의 흥행이 대표적이다.
“브랜드력 강한 수출형 소비재 관심”
중국 경제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현상에서도 투자 전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화장품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후’를 앞세워 중국을 공략한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쓴 반면 중저가 브랜드 ‘이니스프리’에 치중한 아모레퍼시픽은 부진했다”며 “의류, 음식료, 콘텐츠 등 수출형 소비재 전 업종에서 종목별 실적이 크게 차별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 등에서 힘이 있는 종목을 골라야 한다는 조언이다.
최 대표는 21년차 펀드매니저다. 1999년 강방천 회장이 이끄는 독립계 자산운용사 에셋플러스자산운용(당시 에셋플러스투자자문)에 입사해 2008년부터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냈다. 에셋플러스의 한국 주식형 펀드인 ‘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를 1조원 규모로 키워낸 주역이다. 2016년 제이앤제이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뒤부턴 헤지펀드 및 기관투자가 일임자금 운용을 맡고 있다. 운용자산 2조9000억원 중 약 95%가 각종 연기금과 변액보험 자금이다.
제이앤제이자산운용은 공모펀드 운용사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최 대표는 “기관 자금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투자자도 노후 자금 등을 안정적으로 맡길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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