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트랜스지방과 심장병

입력 2019-03-03 17:35   수정 2019-03-04 08:09

강재헌 <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가정의학과 교수 >


40대 중반인 K씨는 택시를 타고 출근하던 중 갑작스레 왼쪽 가슴에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겪어 응급실을 찾았다. 진단은 급성 심근경색이었고, 신속한 치료로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K씨의 식사 중 문제가 된 것은 놀랍게도 기름진 육류가 아니라 즐겨 먹던 감자튀김과 도넛이었다.

트랜스지방은 주로 액상의 기름을 수소화하는 식품 가공 과정에서 생성된다. 수소화된 기름은 버터처럼 조리에 사용된다. 아삭아삭하고 고소한 맛을 낼 수 있어 케이크, 쿠키, 파이, 감자튀김 등을 만드는 데 흔히 쓰인다.

사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트랜스지방의 유해성에 대해 거의 밝혀진 것이 없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이뤄진 연구 결과에서 트랜스지방이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랜스지방은 동맥경화 유발 요인으로 알려진 LDL-콜레스테롤을 높이고, 동맥을 청소해 깨끗하게 해주는 HDL-콜레스테롤을 낮춰 심혈관 질환을 비롯한 동맥경화성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또 제2형 당뇨병, 유방암과 대장암 등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는 2023년까지 세계 각국에서 트랜스지방을 퇴출시킬 것을 요청했다. 다행히 한국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06년부터 트랜스지방 저감화정책을 추진해 시중 판매 제품의 대부분이 ‘트랜스지방 제로(0)화’되는 큰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식품에 기재된 영양성분표에 트랜스지방이 ‘0’으로 표시됐다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트랜스지방이 기준량당 0.2g 미만이면 0으로 표시할 수 있기 때문에 도넛, 케이크, 감자튀김 등 가공식품 섭취량이 많을 경우 트랜스지방을 과잉 섭취할 위험이 있다. 또 가공식품은 아니지만 식당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접하는 음식에 들어 있는 트랜스지방의 양을 파악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그렇다면 트랜스지방 섭취를 줄여 동맥경화성 질환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공식품을 섭취할 때는 반드시 식품성분표를 확인해 트랜스지방이 없는 식품을 골라 먹고 채소와 과일을 즐겨 먹어야 한다. 그리고 트랜스지방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큰 도넛, 쿠키, 크래커. 머핀, 케이크, 감자튀김 등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집에서 조리할 때도 참기름, 들기름, 올리브유, 카놀라유 등 동맥경화 예방에 좋은 기름을 주로 사용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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