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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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의 분위기는 대조적이다. 유예기간을 연장한 미국은 연일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의외로 차분하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인지, 전통적 외교전략대로 정중동 속에 실리를 추구하는 것인지는 회담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 미·북 회담이 결렬된 뒤 후자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떤 형태든 타협은 해야 한다. 미·북 회담 결렬로 더 추락한 대외 정치역량을 보여줘야 할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중국과 타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는 경제 문제를 풀어야 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미국의 통상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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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 가능한 대상을 모색해 보면 비관세장벽, 지식재산권, 온라인상 기술 탈취 등과 같은 민감한 의제는 다룰 수 없다. 지금까지 다루지 않은 새로운 의제도 마찬가지다. 미래에 국부와 패권국 위상을 좌우할 첨단기술 견제는 무역협상 타결과 관계없이 계속해서 가져가야 할 양국의 숙제이자 난제다.
미·중 무역협상을 타결하려면 지금까지 다뤄온 의제에서 찾아야 한다는 시각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국제적인 비난 속에 보복관세 부과에 주력해왔다. 중국은 미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한 작년 하반기 이후 경기가 빠르게 침체되면서 4분기에는 성장률이 목표 하단선인 6.5% 밑으로 떨어졌다.
트럼프 정부가 보복관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위안화 가치가 절하돼서는 안 된다. 위안화 가치가 절하되면 보복관세 효과가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북한에 이어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결렬되거나 보복관세 효과가 사라지면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도 수출과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유혹이 큰 위안화 가치 절하를 쉽게 추진할 수 없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올리고 인민은행은 내려온 금리 여건에서 위안화 가치까지 절하되면 외국인 자금 이탈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작년 이후 유동성 공급, 해외 투자 제한, 차이나 머니 회수 등에도 풀리지 않는 신용경색이 더 심해져 ‘3대 회색코뿔소’ 현안이 전면에 드러날 경우 최악의 국면에 몰릴 수 있다.
중국은 다음달 중순에 발표될 미국 재무부의 올해 상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부터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유의미한 대(對)미국 무역수지 흑자 중 한 가지만 걸리더라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1988년 종합무역법’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지 못한다면 한 발 더 나아가 ‘달러화 약세-위안화 절상’을 유도하는 ‘제2 플라자 협정이 탄생할 것인가’ 하는 점에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수출입 구조가 ‘마셜-러너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달러 약세로 중국과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중국도 위안화 가치 절상은 수출과 경기가 받는 부담이 크다.
제2 플라자 협정이 탄생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 없는 국제통화제도에서는 지켜질지 의문이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회담에서 ‘경상흑자 4% 룰(GDP 대비 4%를 넘는 경상흑자국은 외환시장 개입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에 합의했던 것은 의미가 컸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환율조작 방지’라는 모호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명문화를 해야 하는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극단적인 마찰’보다 다행한 일이지만 불안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신호등 체계에서 ‘빨간색’에서 ‘주황색’으로 한 단계 낮아지는 수준인 만큼 원·달러 환율이 일각에서 제기하는 달러당 1000원 선이 무너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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