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기업투자 포기 대가인 초과세수의 비극

입력 2019-03-04 18:09  

출자규제·법인세 탓 투자는 위축되고
稅收 크게 늘었어도 일자리는 황폐화
기업 투자의욕 살려 경제활로 뚫어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



지난해 4분기 하위층 소득이 대폭 줄고 상위층 소득은 늘었다는 통계청 발표가 충격적이다. 최하위 20%의 가구별 명목소득은 17.7% 줄어든 반면 최상위 20%는 10.4% 증가했다. 공공부문 채용 확대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밀어붙였고 최저임금도 대폭 인상한 반면 법인세·소득세 최고세율 인상과 출자규제 강화로 기업인을 압박했는데 빈부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후인 2017년 2~3분기가 경기 정점이었다는 통계청장의 언급은 사후적 분석이지만 섬뜩하다. 문재인 정부 경제팀이 밀려오는 먹구름을 무지개로 오인하고 불황을 막을 우산까지 미리 치우는 오류를 범했다는 추론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초호황이 이번에도 오판의 빌미가 됐다. 두 회사가 끌어올린 평균치 때문에 기업은 이익을 쌓아두고도 투자하지 않는 양심불량 세력으로 몰렸고, 출자규제 강화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에 여야가 합세했다. 법인세 인상은 미래 기대수익의 가치를 깎아내려 투자를 포기시킨다. 최종 이익 1%가 투자안의 채택과 포기를 가르는 변수인데 이익 3%를 더 빼앗는 세율 인상은 투자를 포기시키는 고문 도구다.

기업이 투자를 줄이면 단기적으로는 이익과 법인세가 늘어나는 것이 통상적 회계 구조다. 제품 수명주기는 도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로 이어진다. 도입기에는 시험연구 및 개발비 소요가 많고 마케팅비용 부담도 커 손실이 생기지만 성장기 이후에는 비용과 이익이 안정적 추세를 유지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때 이익이 늘어도 새로운 제품 개발 투자를 정상적으로 집행하면 제품 전체의 이익과 법인세는 정상적으로 유지되지만 외부 요인에 의해 투자가 포기되면 이익과 법인세는 오히려 증가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출자규제 강화와 법인세 인상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 및 주 52시간 근로제 등의 영향으로 투자 위축은 심각했지만 법인세 세수는 오히려 늘었다. 2018년 법인세는 전년보다 12조원 늘었는데 이는 당초 세수예산보다 8조원 초과된 금액이다. 일부에서는 세율 인상의 영향으로 오해하지만 2017년 말의 세율 인상은 2018년 소득부터 적용되는 것으로 실제 인상분 징수는 2019년부터 이뤄진다.

투자가 줄고 재무활동에 더 많은 재원이 투입되는 사례는 삼성전자 현금흐름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금흐름은 영업·투자·재무활동으로 구분되는데 2013~2014년(과거)과 2017~2018년(최근)의 추이는 확연히 구별된다. 영업에서 얻은 현금의 투자사용 비중은 과거에는 93%였으나 최근에는 79%로 줄었다. 반면 영업현금 중에서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에 사용된 재무활동 현금 비중은 9%에서 21%로 대폭 늘었다.

경제 성장기에는 기업이 영업현금에다 증자와 신규 차입으로 조달한 재무현금을 추가해 투자에 투입했다. 신규 투자 소요가 적은 담배산업의 KT&G는 투자에 일부만 사용하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에 환원하는 비정상 구조를 유지한다. 반도체와 휴대폰 등 첨예한 국제경쟁에 직면한 삼성전자는 신제품 개발 투자에 생사가 걸렸는데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자학적 출자규제 때문에 축소 지향의 비정상적 현금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출자규제에 대비해 자사주 매입과 현금 보유를 늘리다 보면 일자리 창출 능력은 바닥으로 추락한다.

투자 포기 대가인 초과세수를 강의실 소등과 폐기물 수거 등 변태적 임시 일자리에 투입하는 것은 국가적 비극이다. 신제품 개발 투자가 지속적으로 보강되지 않으면 수출기반은 무너지고 기업은 더 쪼그라든다. 기업의 투자 의욕이 살아나야 안정적 세수가 전제조건인 포용국가도 가능하다. 경제 현실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토대로 운용의 기본 틀을 바꿔 한국 경제의 활로를 뚫어야 한다.

leemm@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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