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이 유럽 28개국 언론에 22개 언어로 기고한 이유는

입력 2019-03-05 16:01   수정 2019-03-06 09:27

"브렉시트는 유럽 위기의 상징"
"유럽의 르네상스를 위해 이제는 개혁할 때" 촉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럽 르네상스’를 위한 경제 사회 안보를 아우르는 개혁안 구상을 발표했다. AFP 등 외신은 “한 국가 지도자가 유럽연합(EU) 전체 시민들에게 호소문을 보낸 것은 매우 드문 행보”라고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EU 28개 회원국 일간지에 22개국 언어로 ‘유럽에게,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는 우리 모두에게 교훈이 됐다. 이제는 개혁할 시간이다. (Dear Europe, Brexit is a lesson for all of us; it’s time for renewal)’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보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 이렇게 위험에 빠진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브렉시트는 유럽이 최근 마주하고 있는 위기의 상징”이라며 “브렉시트는 유럽이 현대 사회에서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를 원하는 회원국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U가 스스로 방어하고 자유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해야할 일들을 제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안보와 관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연계한 유럽 차원의 새 방위 및 안보조약 체결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또 EU 회원국 간 자유로운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 솅겐 조약을 개정해 보다 엄격한 외부 국경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공동 국경 경찰, EU 공동 이민자 쿼터 정책 등을 제시했다.

기업 규제 관련해선 환경 규범을 준수하지 않거나, 인터넷 데이터 보호에 소홀하거나, 공정한 세금을 내지 않은 기업에 대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중국 등과 같이 ‘유럽 우선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밖에 무역 경쟁 규정 개정, EU 선거기관 개설, 인터넷 혐오 발언 공동 대응 강화, 새로운 방위 조약 체결, 유럽 기후 은행 개설 등도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이달 29일 예정된 브렉시트와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나왔다. 올해 유럽의회 선거에선 반(反)EU·민족주의 정당의 득표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적 문화적으로 변화가 큰 시점에 우리는 문명을 다시 창조해야 하는 순간, 즉 유럽 르네상스를 일굴 때”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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