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주관사 선정
[ 김진성 기자 ] ▶마켓인사이트 3월 5일 오후 4시15분
LG화학이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글로벌본드 발행에 나선다. 글로벌본드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주요 금융시장에서 동시에 발행돼 유통되는 채권이다. 기업들이 5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때 주로 찍는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다음달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10억~15억달러(약 1조1200억~1조6900억원)어치 글로벌본드를 발행할 계획이다.
최근 몇몇 외국계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발행 준비에 들어갔다. 직전 민간기업 최대 글로벌본드 기록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2009년 각각 10억달러어치를 발행한 것이다.
LG화학은 국내에서도 최대 1조원 규모 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진행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모집금액(5000억원)보다 다섯 배 이상 많은 2조64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이 회사가 지난해 세운 2조1600억원을 깨고 2012년 4월 수요예측 제도 이후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다.
이 회사가 계획대로 글로벌본드와 원화 채권 발행을 마무리하면 올 상반기에만 약 2조700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지난해 직접 금융시장에서 마련한 자금(1조65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회사 설립 이후 가장 많은 자금조달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자본시장과 거리를 뒀던 LG화학은 2017년부터 재무 전략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그해 5년 만에 회사채 발행시장에 복귀해 80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지난해에는 1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두 번 모두 국내 민간기업 채권 발행액 신기록이다.
변화의 배경엔 공격적인 투자가 있다. LG화학은 올해 사상 최대인 6조2000억원을 설비투자에 쏟을 계획이다. 지난해(4조6000억원) 대비 34.8% 증가한 규모다. 이 회사는 2014년(1조6000억원)부터 매년 투자금액을 늘리고 있다. 주축인 석유화학뿐만 아니라 2차전지, 제약, 농업 등 신사업에 고르게 투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이익이 늘기 시작한 2차전지 사업에 3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LG화학은 이번 채권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의 상당액을 진행 중인 설비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화학업계에선 LG화학이 ‘투자가 곧 경쟁력 강화’라는 정공법을 택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오랜 세월에 걸쳐 꾸준히 신사업을 육성해 몸집을 키운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1947년 LG그룹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란 사명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70여 년간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신규 투자를 통해 전자소재, 2차전지, 제약, 그린바이오(농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다만 연이은 대규모 차입에 재무구조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16년 말 2조8900억원이었던 LG화학의 차입금은 2017년 말 3조400억원, 지난해 말 5조3200억원으로 불어났다.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실적이 악화되면 재무적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유가 급락 및 화학제품 수요 감소 등으로 이 회사의 영업이익(2조2460억원)은 전년 대비 23.3% 감소했다. IB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본격적으로 2차전지 등 미래를 위한 투자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면서 추가 자금조달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며 “이 같은 투자전략이 성과를 내면 성장의 발판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재무상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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