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혁 기자 ] 슈퍼맨과 맞먹는 초능력을 지닌 여성 슈퍼 영웅이 탄생했다. 우주를 광속으로 비행하면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맨손으로 막아낸다. 광양자 에너지를 온몸에 응축한 뒤 폭발시켜 행성 하나를 단숨에 날려버릴 수도 있다.
6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캡틴 마블’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마블 영화 세계)의 첫 히로인(여성 영웅)영화다. 다른 남성 영웅들을 압도하는 최강의 슈퍼영웅으로 그렸다. 순제작비 1억5200만달러(약 1700억원)를 투입한 이 영화는 다음달 개봉하는 ‘어벤져스4’에서 캡틴 마블이 악당 타노스에 맞서는 새로운 희망임을 예고한다.
기억을 잃고 외계종족 크리의 최강 요원이 된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 분)가 변신에 능한 다른 외계종족 스크럴을 추적해 지구에 불시착한다. 미국의 한 비디오 대여점의 지붕을 뚫고 떨어졌는데, 신작 영화 ‘트루 라이즈’ 입간판이 서 있다. 시대 배경이 1994년임을 넌지시 알려준다. 자동차와 건물, 패션들도 25년 전 미국 풍경이다. 캐럴은 여기서 옛 친구를 만나 기억을 회복하고 자신의 블래스터(무한 에너지 파워) 능력도 되찾으면서 캡틴 마블로 거듭난다. 날 수 없는 줄 알고 있던 캡틴 마블은 탑승한 우주선이 파괴되면서 추락하는 순간, 잠재된 비행 능력을 찾아낸다.
캡틴 마블이 그저 힘센 영웅에 그치지 않고 복잡한 심연을 가진 인간이라는 점도 묘사한다. 때로는 욱하는 불같은 성미를 보이지만 슬퍼하고 연민을 느낄 줄 안다. 입체적인 캐릭터 묘사다.
영화는 누구나 자신이 처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경계한다. 캐럴이 크리의 일원으로 활약할 때 스크럴이 악이었다. 하지만 스크럴의 이야기를 듣고 진상을 파악해보니 오히려 크리가 문제다. 더욱이 자신이 지구의 비행사 시절, 블래스터 능력을 얻었던 경위를 알게 되고는 크리족이 원수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은혜를 베풀어준 크리의 상관은 실상 캐럴을 은밀하게 통제해온 ‘악’이었다. 진실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러 부류와 다각도로 소통해야 한다는 점도 일깨워준다. 캐럴은 옛 친구, 스크럴족과 만나면서 진실을 발견한다.
크리의 행성인 할라, 지구의 사막과 도시, 산 등에서 펼치는 각종 전투 장면이 시선을 붙잡는다. 변신 귀재 스크럴이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는 장면이나 캡틴 마블이 붉은빛의 블래스터를 뿜어내는 장면들도 눈요깃거리다.
훗날 어벤져스를 결성한 쉴드 국장 닉 퓨리(사무엘 L 잭슨)의 신참 시절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마지막에는 그가 왜 애꾸가 됐는지도 알려주면서 MCU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독립영화계 출신인 애너 보든과 라이언 플렉 듀오 감독이 연출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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