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매각 4수 나선 헌인마을 PF채권...강남 노른자땅 개발 재개될까

입력 2019-03-06 16:30  

≪이 기사는 03월05일(13:5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3년째 표류중인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사업이 재추진된다. 우리은행 등 대주단이 사업부지를 담보로 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 매각에 나서면서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예금보험공사 등 10곳의 PF대주단이 대출채권 공개매각에 나설 계획이다. 매각 대상은 대주단이 헌인마을 개발사업 시행사인 ㈜우리강남PFV(이하 우리강남)에 빌려준 약 2170억원의 채권이다. 대주단은 오는 7~8일께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다. 예비입찰 등 매각일정은 4월 중 진행될 전망이다. 매각주관사는 삼정KPMG회계법인이 맡았다.

헌인마을 개발사업은 서초구 내곡동 374번지 일대 13만 2379㎡ 부지를 고급 단독주택 단지로 조성하려던 사업이다. 2006년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시공사로, 이들이 출자해 만든 우리강남이 시행사로 참여했다. 우리강남은 사업추진을 위해 우리은행 등 금융권에 전체 토지의 77%인 9만 9455㎡를 담보로 2300억 가량을 대출받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1년 사업이 좌초됐다. 이 여파로 시공사인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은 부도를 맞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매각돼 주인이 바뀌었다.

대주단의 헌인마을 PF채권 매각은 이번이 네 번째다. 대주단은 2015년, 2016년, 2018년 매각에 나섰지만 유찰된 바 있다. 채권자만 3000명에 달하는 900억원 규모의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와 주인이 바뀐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가진 후순위 우선수익권의 존재가 발목을 잡았다.

이에 이번 매각에 앞서 대주단 등은 ABCP 채권자 협상 창구를 단일화했다.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후순위 우선수익권과 우리강남의 출자지분 등을 대출채권 매각과 함께 인수자에게 넘긴다는 내용의 약정도 맺을 예정이다. 매각 측 관계자는 “인수자가 사업 진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복잡했던 권리 관계를 상당 부분 정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PF대출채권이 새 주인을 찾더라도 과제는 남아있다. 우리강남이 토지를 매입하지 못한 사업 부지 내 토지 소유주 50~60명들로부터 약 2만㎡ 상당의 토지를 확보해야 개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내곡동 국정원 본원과 인접해있어 안보 상 이유로 고층 건물 설립이 어려워 수익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상당수 건설회사 및 부동산개발회사들이 헌인마을 개발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몇 안되는 강남 내 미개발지 개발사업이라는 점에서다. 지난해 7월 진행됐던 세 번째 매각은 최종 무산되긴 했지만 예비입찰엔 6곳이 뛰어들어 흥행에 성공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매각 조건이 대폭 개선된만큼 업계의 관심이 크다”며 “서울 판교 용인을 연결하는 교통 요지에 있어 개발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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