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자본주의와 억만장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랜달 레인 포브스 편집장이 포브스에 게재한 글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최근 포브스가 뉴욕에서 주최한 자본주의에 관한 좌담회에 참석해 “억만장자가 미국에 필요하느냐는 주장을 들은 것은 생애 처음”이라며 “(이런 논의가)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는 2001년 이후 19년간 포브스가 집계하는 세계 억만장자 순위 1위 자리에 12번이나 올랐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에게 지난해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여전히 2위를 지키고 있다.
게이츠가 이런 말을 한 것은 미국 내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지난해 폭스뉴스 설문에 따르면 미국이 사회주의로 나아가야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36%로 집계됐다. 2012년에 똑같이 응답한 사람은 20%에 그쳤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을 중심으로 민주당 내에서는 부자들을 겨냥한 재산세나 소득세 대폭 인상 주장이 강해지고 있다.
게이츠는 “이런 정책은 경제활동 의욕을 떨어뜨려 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방해한다”고 했다. 빌 게이츠는 또 “억만장자를 없애려고 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게 더 많다는 (나의) 주장은 자기중심적으로 들릴 수 있다”며 “중립적인 누군가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통적으로는 억만장자가 되면 기부를 많이 하는 것으로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게이츠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채택하고, 기존 이론에서 벗어나 새 콘셉트가 실제 작동하는지 확인해 보고, 세수를 바탕으로 일하는 정부나 주주에게 의존하는 기업들이 취할 수 없는 리스크를 감당하는 (기업가의) 역할”을 되새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투명성에 방점을 찍었다. “(빌앤드멜린다게이츠) 재단에 관해 해마다 공개서한을 내놓음으로써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를 투명하게 밝히고자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빌 게이츠는 자본주의가 가장 효과적인 시스템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자본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는 빌 게이츠의 제언과 관련해 “자본주의에 대한 인식을 재구성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정성있는, 접근하기 쉬운, 책임감 있는 자본주의 이미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모든 억만장자가 빌 게이츠와 똑같이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은행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민주당의 부자 증세론에 대해 세금이 잘 쓰이기만 한다면 더 낼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작년 11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포럼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자본주의가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동조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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