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중저가 상품·브랜드
[ 안효주 기자 ] ‘100만원짜리 명품 셔츠를 입지만 점심은 30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소비 유통시장에서 중저가 브랜드와 상품들이 고전하는 배경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이렇게 요약된다. 럭셔리와 초저가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공세에 밀려 ‘어중간함’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패션시장에서 두드러진다. 한때 잘나가던 여성복 브랜드 ‘나이스클랍’ ‘씨’ ‘쥬크’ 등은 아울렛으로 주된 유통망이 바뀌었다. ‘흄’ ‘엔클라이드’ ‘지오다노’ 등 캐주얼 브랜드도 성장세가 꺾였다. 백화점 매장을 접고 상시할인매장으로 눈을 돌린 지 오래다. 유니클로 자라 스파오 탑텐 등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와 명품 사이에서 어중간한 가격대 브랜드는 아울렛으로 발길을 돌리거나 기존 백화점, 쇼핑몰에서 대폭 세일하는 방향으로 틀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패션업계에선 “머지않아 초고가 명품과 유니클로만 살아남게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2만~3만원대의 한식 뷔페가 고전하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한식 뷔페 ‘계절밥상’의 매장 수는 2016년 말 45개에서 2017년 말 54개로 늘어났지만 지난해 29개로 줄었다. ‘올반’은 2014년 2개에서 2017년 15개로 매장 수를 늘렸지만 현재 12개로 감소했다. 패밀리레스토랑 빕스 매장 수는 2015년 92개에서 지난해 61개로, 애슐리는 140곳에서 110곳으로 줄었다.
작년 말 서울신라호텔이 평일 26만원, 주말 29만원짜리 ‘멤버스 데이’ 패키지 400개를 회원 대상으로 내놓자 1초 만에 매진됐다. 겨울철 호캉스(호텔+바캉스) 열풍에 따른 것. 호캉스족 덕분에 5성급 특급호텔은 주말에 방을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1박에 20만원을 웃도는 롯데호텔월드는 지난해 국내 투숙객 비율이 10% 증가했다. 비슷한 가격대의 인천 파라다이스시티는 가족과 연인에게 호캉스 ‘성지’로 등극하며 소셜미디어(SNS)를 장식하고 있다. 반면 3~4성급 비즈니스호텔 관광호텔은 실적 악화에 고전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득양극화에 따른 소비양극화로도 볼 수 있지만 개인들의 소비 패턴에서도 비싼 가격을 지급하고라도 심리적 만족을 중시하는 성향과 무조건 저렴한 것을 찾는 경향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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