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JP모간 등 '고의적 부도' 관련 자체 규제
어기는 금융사와는 계약 거부
[ 이현일 기자 ] 골드만삭스와 JP모간 등 미국 월가 금융회사들이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의 부당행위를 막기 위해 자체 규율을 도입하기로 했다. CDS는 기업이나 국가 채권의 부도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신용파생상품이다. 월가 금융회사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 증권사에 CDS 계약을 떠넘기며 대규모 손실을 안겨 국내에도 이 상품이 널리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 JP모간,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등 월가 주요 투자은행(IB)과 헤지펀드 운용사 등이 CDS 프리미엄 조작을 막기 위한 규율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실무를 담당한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는 조만간 세부 규율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파생상품 거래가 채권 부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CDS 표준계약 조항을 수정하기로 했다. 고의적·기술적 채무 불이행을 막기 위해 ‘채무 불이행(default)’은 반드시 회사 전체 재무 상황의 악화로 인한 것으로 한정하는 방안이다. 규율에 따르지 않는 금융회사와는 계약을 거부하는 방법으로 강제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조너선 마틴 ISDA 시장구조·기술국장은 “기술적인 맞춤형 부도(narrowly tailored credit events)가 CDS 시장 전반의 효율성과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크다”며 자체 규율을 도입하기로 한 배경을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CDS 계약을 둘러싼 다툼이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신용거래를 활성화한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각종 부작용과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CDS 시장 규모가 매년 축소되는 추세다. CDS 거래란 단순하게 설명하면 두 곳의 금융회사가 특정 채권의 부도 위험을 주고받는 구조다. 예컨대 A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산 은행이 액면가의 일정 비율로 보험료(CDS 프리미엄) 상당의 돈을 내고 CDS 계약을 맺으면 A기업이 파산해도 보험금처럼 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받을 수 있다.
월가 금융사들이 자체 규율을 도입하기로 한 주요 계기인 지난해 5월 주택건설업체 호브내니언 채권 부도 사건은 보험사기와 비슷한 CDS 사기로 의심받고 있다. 블랙스톤그룹의 헤지펀드 GSO캐피털이 호브내니언의 회사채를 산 뒤 CDS 계약을 하면 호브내니언이 부도를 내기로 사전에 모의했다는 의혹이다. GSO캐피털과의 CDS 계약으로 채권액을 물어주게 된 솔루스매니지먼트는 즉각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두 회사의 합의로 소송은 종결됐지만 월가 안팎에선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미 상품거래위원회(CFTC)도 조사에 나섰다.
투기적 CDS 거래로 인한 부작용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투기 수요가 몰려 CDS 프리미엄이 올라가면 채권 기업이나 국가의 부도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인식된다. 이는 채권자의 자금조달을 방해하고 실제 부도 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지난해 수차례 회생 노력 끝에 파산한 미국 대형 백화점인 시어스의 채권에 대해서도 최초 채무 불이행 발생 이후에 대규모 CDS 거래가 일어났다. 회사는 결국 청산됐고 대규모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신용부도스와프(CDS)
금융회사가 대출해준 기업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등 신용사건이 발생해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만든 파생상품. 일정한 수수료(프리미엄)를 지급하는 대가로 신용사건이 발생하면 손실을 보장받는 구조다. 위험이 크다고 평가받을수록 CDS 프리미엄이 높아진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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