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해외투자, 발로 뛰어야 성공…'펀드 교역'에 힘 싣겠다
[ 나수지 기자 ]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해외 투자 부문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이 유독 많다. 지난해 선보인 일본 부동산 공모펀드와 벨기에 부동산 공모펀드는 업계에서 한국운용이 처음 내놓은 상품이다. 국내에서 가장 설정액이 큰 베트남 공모펀드인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펀드’의 운용전략을 복제한 ‘동경해상베트남주식펀드’도 국내 운용사 가운데 처음으로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해외투자는 발로 뛰고 눈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며 “직접 투자처를 봐야 선입견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된 투자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눈으로 보는 투자’가 해외 투자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는 설명이다.
일본 부동산 펀드를 설정했던 경험을 예로 들었다. 조 사장은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 펀드를 만들자고 했더니 일본 부동산 시장은 침체됐다는 선입견과 부동산 입지가 매립지라는 점을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며 “막상 현지에 가 보니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에 기대가 큰 데다 매립지지만 시내 중심부 근처여서 입지 조건도 좋았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얻은 경험으로 내외부의 반대 목소리를 설득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해외 부동산 및 주식에 투자하는 운용역은 물론이고 마케팅, 영업 인력의 해외 탐방을 적극 권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운용은 앞으로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부동산 공모 펀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신흥국 시장은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 사장은 “신흥국 시장 성장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정책 변화 등 통제할 수 없는 리스크(위험)가 크다”며 “이런 리스크가 작은 선진국 가운데 금리가 매력적인 유럽 일부 국가의 부동산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운용은 해외 대체투자를 늘리기 위해 지난해 말 ` 최고투자책임자(CIO) 직속으로 글로벌 운용 총괄 보직을 신설하고 글로벌 대체투자 인력을 확충하기도 했다.
최근엔 인프라 펀드 출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태양광발전소, 항만 등 해외 인프라에 투자해 오랜 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기관투자가들처럼 개인투자자에게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조 사장은 “투자기간이 긴 인프라 자산 특성 때문에 공모펀드로 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면서도 “인프라는 대체투자 자산 가운데서도 경기 영향을 덜 받는 안정적인 자산이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도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는 공모펀드 출시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펀드를 국내에 소개하고, 국내 펀드를 수출하는 일에도 힘을 실을 계획이다. 조 사장은 이를 ‘펀드 교역’이라고 표현한다. 제조업체가 상품으로 교역하듯 운용사는 펀드로 교역한다는 의미다. 조 사장은 “한 나라 경제가 교역으로 발전하는 것처럼 금융상품도 해외와의 교류가 활성화돼야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굳이 외국의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않고도 다양한 해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다양한 통로를 열어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운용은 퇴직연금 전용 펀드인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선보이면서 미국의 티로프라이스와 손잡았다. TDF 시장이 큰 미국 전문운용사의 운용 노하우를 국내 투자자에 소개하기 위해서다. 상반기 중에는 미국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SSGA)와 손잡고 여성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에 집중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국내 투자자에 선보일 예정이다.
투자자 교육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투자자가 정확한 지식 없이 금융상품에 가입하면 스스로에게도, 운용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 사장은 “베트남펀드 수출 후 일본 증권사에서 열린 펀드 설명회를 갔더니 투자자들이 진지하게 설명을 듣고 질문을 쏟아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국내 투자자에게 정확한 투자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투자자 교육 기회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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