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노선' 넘은 르노삼성…임단협 타결 불발

입력 2019-03-0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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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차례 협상에도 합의 못해…勞, 내주 부분파업
닛산 로그 후속물량 배정받지 못할 우려 커져



[ 도병욱 기자 ] 르노삼성자동차가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르노그룹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마무리하라고 제시한 ‘데드라인’인 8일까지 노사가 의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르노 본사가 경고한 것처럼 수탁 생산 중인 로그의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산량은 반토막 난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르노삼성 노사는 이날 20차 임단협 협상을 했지만 최종 합의를 내지 못했다. 노사가 첨예하게 맞선 부분은 기본급 인상 여부였다. 노조는 기본급을 10만667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사측은 신차 배정을 앞둔 상황이라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회사 측은 대신 성과격려금 300만원, 기본급 유지 보상금 100만원 등 1400만원 규모의 일시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사측은 지난 7일 일시금 지급 규모를 1500만원으로 늘리고, 근무강도 개선을 위한 인력 충원 및 설비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노조는 “지난 몇 년간 좋은 실적을 거뒀는데도 기본급은 계속 동결됐다”며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기본급 인상)이 없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1회성 수당을 올리지 말고 고정 급여를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다.

노사는 이날 밤늦게까지 정회와 속개를 거듭했지만, 끝내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노사가 르노삼성이 처한 현실을 서로 다르게 보고 있는 것 같았다”며 “인식의 간극이 너무 크다 보니 협상이 계속 겉돌았다”고 전했다. 임단협 협상은 당분간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노조는 다음주 부분파업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노사가 임단협 협상을 종료하지 못하면서 로그 후속 물량 배정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르노그룹의 제조와 공급을 총괄하는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지난달 초 “노조 파업이 계속되고 임단협 협상이 지연되면 로그 후속 차량에 대해 논의할 수 없다”고 공개 경고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부산공장을 직접 찾아 “3월 8일까지 임단협 협상을 매듭짓지 않으면 신차 배정을 장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르노그룹이 실제 신차를 배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르노그룹은 지난해부터 부산공장의 임금 수준이 다른 공장에 비해 높다는 문제제기를 해왔다”며 “이런 와중에 노사갈등까지 더해져 르노삼성에 대한 불신이 극도에 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르노그룹 내부 자료에 따르면 부산공장 생산직의 2017년 평균연봉은 7800만원으로, 5년 전 로그 물량을 놓고 경쟁했던 닛산의 일본 규슈 공장보다 20%가량 높다. 세계 52개 르노-닛산얼라이언스 공장 중 최상위권에 해당한다는 게 르노삼성 관계자의 설명이다. 게다가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8일까지 42차례(160시간)에 걸쳐 부분파업을 했다. 르노삼성 사상 최장기간 파업이다.

르노삼성은 로그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 생산량이 반토막나는 타격을 입는다. 부산공장은 지난해 차량 21만5680대를 생산했다. 이 중 절반이 로그(10만7251대)로, 회사 전체 생산량의 49.7%에 달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로그 후속 물량을 못 받으면 생산량과 매출이 반으로 줄고, 결국 르노삼성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관련 부품사들이 줄도산해 부산 지역경제와 한국 자동차산업의 생태계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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