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정진 기자 ] “흔히 뱁새라고 부르는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자기보다 큰 뻐꾸기 새끼를 키우는 건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전 오목눈이 입장에서 그려보고 싶었죠. 원망과 그리움을 안고 아프리카로 떠나는 오목눈이에게 우리가 모르는 자연의 지극한 모성이 있을까 해서요.”
이순원 작가가 2년 만에 낸 신작 소설 《오목눈이의 사랑》(해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오목눈이 입장에서 자신이 탁란받은 뻐꾸기 새끼를 찾기 위해 아프리카로 날아갔다 온다면 어떨까 하는 발상에서 소설을 시작했다”고 했다.
이 작가는 인간의 성장을 자연과의 소통과 성찰을 통해 그려내는 작품을 많이 써왔다. 20년 이상 스테디셀러 목록에 올라 있는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초·중·고교 교과서에 동시에 실렸다.
소설은 잘 알려진 오목눈이와 뻐꾸기의 실제 자연 속 생태 과정을 토대로 만들었다. 아프리카에서 1만4000㎞를 날아온 뻐꾸기는 오목눈이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간다. 이 알을 자신의 알이라 여긴 오목눈이는 부화한 새끼 뻐꾸기가 자신의 알을 둥지 밖으로 떨어뜨린 줄도 모른 채 보살핀다. 어미 오목눈이가 준 먹이를 받아먹으며 성장한 뒤 뻐꾸기는 ‘뻐꾹’ 소리를 내며 떠난다.
《오목눈이의 사랑》은 우화적 기법을 이용해 어미 오목눈이 ‘육분이’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천신만고 끝에 키워낸 뻐꾸기 새끼인 ‘앵두’를 원망하면서도 그리움에 못 이겨 결국 그를 찾아 아프리카로 떠난다. 육분이가 자신을 탓하면서도 이 상황이 오히려 우주의 질서로 자리매김한 자신의 운명은 아니었는지 작가는 되묻는다. 소설 속 오목눈이의 모습을 통해 저마다 짊어진 삶의 무게가 가볍지 않음을 보여준다. 결국 소설은 작은 오목눈이의 여행인 동시에 인간이 되찾아야 할 삶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 작가는 “오목눈이 육분이의 날갯짓을 통해 어디로 날아가든 바른 방향에 대한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 또한 삶을 지속해 나가는 속도와 방향을 읽고 삶의 가치를 돌아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화로 엮은 이 소설은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인 드림리퍼블릭이 제작을 맡아 애니메이션 영화로 선보일 예정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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